적폐 청산이 곧 '치유'이자 '통합'…文앞에 놓인 숙명들
9년 만의 정권교체, 그 환희도 잠시. 10일 곧바로 출범할 문재인정부 앞에는 당장 시급한 국내외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국민들이 염원하는 개혁과 통합, 그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이루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 스스로의 다짐처럼, '개혁'과 '통합'이란 두 가지 숙명이 그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탄핵과 조기 대선을 이끌어낸 촛불 민심이 무엇보다 부르짖어온 건 바로 적폐 청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첫 단추는 문 당선인의 옷깃 위에 노란 배지로 걸려있다."새 정부는 곧바로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던 후보 시절 공약의 관철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 본연을 회복하는 첫 시금석이다.친일파 척결 실패의 교훈에서 보듯 제대로 된 청산이 없다면,..4월 16일에서 한치도 변함없는 어떤 것들
"잊지 않겠습니다".어떤 사람들은 바다에서 뒤집어진 채 파란 배를 드러낸 세월호를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젖은 교복을,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기억한다. 어떤 사람들은 팽목항을, 단원고를, 광화문 광장을, 그리고 결국 청와대를 기억한다.세월호 참사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든 결국 우리의 기억들은 하나의 숫자에서 멈춘다. 20140416. 세월호 참사를 그만 묻고 돌아서 잊으려 해도,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보면서 이대로는 4월 16일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기 마련이다.그리고 기자는 세월호 선체 인양현장에서 마주친 몇 장면에서, 이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역시 2014년 4월 16일에서 변하지 않고 머물러있는 낯익은 얼굴을 다시 만났..국정교과서·누리과정에 '레드카드' 꺼낸 민심
여권이 '개헌 저지선'까지 거론되던 20대 총선에서 과반은커녕, 16년만의 '여소야대'에 제1당 자리까지 내주며 참패한 것은 어찌 보면 '예견된 참사'다. 정책이 실종된 선거란 평가도 많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밀어붙인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는 현 정부와 여당의 일방독주에 대한 분노와 견제심리를 물밑에서 한껏 끌어올렸다. 실제로 이들 사안을 두고 논쟁이 붙었을 때마다 민심은 끊임없이 정부와 여당에 경고의 '시그널'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한 채 강행에 강행을 거듭해온 결과는 이번 총선 성적표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민심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셈이다. ◈줄기찬 반대에도 더 줄기찬 '국정화 강행' 결국… 민심의 '시그널'은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을 확..국민에 '폭탄' 돌리는 정부…진상규명이 해답이다
"학생 여러분이 평소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생활 주변도 깨끗이 관리하는 좋은 습관을 몸에 붙이면 이런 전염병들은 얼씬도 할 수 없다". 보건교사의 입에서 나온 감기 대처요령이 아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메르스 처방'이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라며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던 지난달 16일은 어떤 날인가. 이날 오전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3명 늘어나 누적사망자가 19명으로 늘어났다. 숨진 3명 중 2명은 평소 지병도 없던 50~60대의 건강한 성인인데도 메르스로 목숨을 잃었다. 이로부터 불과 나흘 전 대모초등학교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삼성서울..사태 키운 '정보 은폐'…'유언비어' 칼날만
메르스 사태 초반, 국민들은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에 맞서 자구책을 펼쳤다.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병원 명단을 공유한 것이다. 명단은 SNS의 파급력에 힘입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해당 명단에 거론된 일부 의료기관들은 '유언비어'라며 유포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SNS에 돌았던 글 가운데 상당한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 무혐의 처분됐다. 대혼란을 야기한 보건당국의 정보 비공개 방침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지 보름이 지나서야 방향을 튼다. 지난달 7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대통령께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24개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병원명이 퍼질 대로 퍼진 ..구조는 '언딘'에 방역은 '삼성'에…국가는 뭘했나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2014년 4월. 1분 1초가 아까웠던 당시 구조 작업을 관장했던 해양경찰청은 해군이나 소방당국, 경찰 등의 외부 지원을 모조리 거부했다. 참사 당일 해경과 근처에 있던 민간 어선을 제외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이 바로 소방방재청 산하 중앙 119구조단이었지만, 구조 작업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소방방재청은 사고 당일 오전 잠수사 20여명을 현장에 급파했지만, 해경은 '구조상황이 종료됐다'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뒤이어 해군 특수전전단(UDT)과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이날 정오 무렵 현장에 도착했지만, 역시 해경의 제지로 세월호 주변 탐색 작업만 벌이다가 철수했다. 이후 해군의 SSU 대원들은 잠수사가 붙잡고 잠수할 수 있는 '생명줄'인 하잠색 ..'밀접접촉'과 '에어포켓'…가설이 화 불렀다
정부가 메르스 방역에 번번이 실패한 배경으로 '가설 집착'이 손꼽힌다. 가령 메르스 바이러스는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되며,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는 14일이라는 식의 가설이다. 당국은 사태 초반부터 세계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이 가설들을 방역 시스템의 전제로 삼아 국민에 주입시켰다. 일례로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확진자와 같은 병실에 머무른 환자들만 밀접 접촉자로 규정했다. 2미터 이내 거리에 1시간 이상 같이 있던 사람만 감염 우려가 있다는 '추정'이 토대가 됐다. 감염의심군은 자연스레 최소한의 범위로 설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전제가 가설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후 국면에서 예외 사례가 터져나왔다. 같은 병실이 아닌, 10미터 이상 떨어진 1인실에 머물렀던 6번(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