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경기도의 저출산 대책인 일명 '신혼부부용 따복하우스'에 대해 유사 중복 복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서울시나 성남시의 복지 사업에 번번히 제동을 걸어온 정부가 여당 출신 단체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도 같은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경기도가 2020년까지 1만 채를 공급하기로 한 일명 '따복하우스'는 보증금 이자의 40%를 지원하는 반값 임대아파트다. 특히 이 가운데 7천 채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되, 자녀를 낳으면 이자의 60%를, 두 명을 낳으면 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남경필 지사는 지난 17일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가 5년간 6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문제는 아직도 국가적 위기"라며 "따복하우스는 경기도가 저출산 문제 해결의 표본을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3천 채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고령자 취약계층에게 공급된다. 사업 재원은 국비 3097억원, 기금 4130억원, 사업자·입주자 3097억원, 도비 3003억원 등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20일 "아직 요청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경기도가 최근 발표한 사업의 성격을 보면 '주거 복지'여서 협의 대상이 맞다"며 "사업계획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다른 경로를 통해 인지한 경우엔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국비 사업이라도 지자체가 보완해 추가하는 부분이 있으면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향후 경기도와의 협의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사다.
복지부는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당 출신 지자체장들이 '청년수당'이나 '공공 산후조리' 같은 자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번번히 수용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유사 중복 복지를 국가 차원에서 막아 비효율을 없앤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불수용 통보'에 반발한 지자체들이 사업 추진을 강행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최근엔 행정자치부까지 거들고 나선 상황이다.
행자부는 지난달 22일 내놓은 '지방재정개혁 추진방안'을 통해 재정력이 좋은 지자체의 재원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자체에 나누는 방식으로 시군 조정교부금 배분 기준을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원을 잃게 된 지자체들의 반발은 물론, 중앙정부의 이같은 '강공 드라이브'가 지방자치와 복지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본질적인 문제는 대부분 지자체의 재정여력이 열악하다는 점"이라며 "재정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중앙정부가 교부세를 더 주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돈줄'을 쥔 중앙정부가 수요만큼 주지 않아 지역 복지를 가로막는 건 물론, 심지어 자체 재원으로 이를 확대하려는 곳에 '부자 지자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복지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직접 나서 보완하는 건 의미가 크다"며 "게다가 자체 재원으로 한다는데 오히려 격려해야 할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01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