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부터 도입할 '맞춤형 보육'을 두고 어린이집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연기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변수가 생길지 주목된다.
'맞춤형 보육'은 0~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 등에게 하루 6시간가량의 맞춤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모든 영아들에게 12시간 종일반을 제공해왔지만, 앞으로는 맞벌이 가구 등으로 자격을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미 해당 연령대 아동 가운데 43%인 31만명을 분류해 종일반 자격을 통지한 상태. 따라서 나머지 57%에 속한 상당수 아동은 7월부터 종일반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다음달 24일까지 추가로 자격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곧바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도입 연기를 주장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민간어린이집·가정어린이집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저출산 제고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피해가선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보육정책을 약화시키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 현장에서 아우성인데 7월 시행을 일단 유보하고, 현장 얘기를 더 수용해 현실적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린이집이 구조조정 대상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어린이집을 너무 괴롭히는 정책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더민주 강선우 부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평등한 보육권리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맞춤형 보육'의 정책 변화를 요구한다"며 재검토와 유보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상보육'과 '교육 국가책임제'를 공약해놓고도, 현장과 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예산을 깎는 데만 초점을 맞춘 탁상행정이란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5살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에 대해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나 양육수당을 지급한다"고 공약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해초만 해도 "전업주부가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물리적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맞춤형 보육'이 시작되면 종일반의 경우 0세 기준으로 1인당 82만 5천원이 지급되지만, 맞춤반은 80% 수준인 1인당 66만원을 받게 된다. 한 달에 15시간 제공되는 추가 보육을 포함해도 72만원 수준이다.
따라서 '맞춤형 보육' 도입은 업무 가중과 보육의 질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폐원 속출 사태로 이어질 거란 게 어린이집들이 강력 반발하는 까닭이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이영숙 맞춤형보육 비상대책위원장은 "맞춤반 비율이 높은 가정어린이집이나 농산어촌, 소규모 도시지역 어린이집은 폐원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들도 복잡한 자격신청 절차 등으로 혼선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31일 오전 국회에서 시행연기 및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한편, 다음달엔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특히 7월 1일과 4일엔 휴원 투쟁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기류에 대해 정부는 보완책을 일부 검토할 수는 있지만, 시행 자체를 늦춘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맞춤형 보육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해서 예산도 같이 짜 통과시킨 사안"이라며 "정치 상황이 바뀌었다 해도 합의해서 만든 안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 처우개선비 인상과 보조교사 배치 등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1천억원 넘는 예산이 오히려 늘어났다"며 "아동 수 감소를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어린이집 수입은 증가할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처럼 정부와 야당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제도 시행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후속 논의 과정도 주목된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 초반부터 '원내 1당'이 들고 나온 요구사항인만큼, '7월 시행'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1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