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잠행 형식으로 이미 두어번 몰래 방한한 일이 있다".
CBS의 확인 요청에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외교부 관계자는 마치 '미리 입을 모은 듯' 얘기했다.
아베가 지난 10월말 비공식으로 방한했다는 내용은 이미 공개된 바 있지만 이를 다시 확인한 데는 연유가 있다.
"지난 3월 아베가 몰래 방한해 이명박 전 시장만을 만나고 갔다"는 일종의 '설(說)'이 정치권에서 나돌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일본의 '유력 차기 총리'였던 인물이 몰래 한국에 잠입해, 당시 국회의원도 아니었던 한국의 '유력 대권 후보 단 한 사람만' 만나고 갔다면 시쳇말로 '얘기'가 되는 건 물론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이 몇몇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지난 3월"임을 거듭 언급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기사를 완성하고 세상에 내보내기 일보 직전, 이 전 시장측은
"확인 결과 3월말이 아니라 작년 10월 29일 오후 4시였다"는 '최종 확인' 결과를 알려왔다.
'공든 탑'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순간이었다. '10월말'은 '얘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의 '최종 확인' 이후에도 외교부 관계자는
"아베가 지난 3월에도 잠행 방한한 게 맞으며, 이 전 시장만 만나고 간 것도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런들 어쩌랴. 어쩌면 기사가 나가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당사자가 사실을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결국 '아베 잠행'을 둘러싼, 세상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소동'은 미스테리로 남고 말았다.
다음은 이 전 시장측의 '최종 확인' 직전 작성했던, 결국 세상에 나가지 못한 기사 내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관방장관이던 지난 3월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은밀히 만나고 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에도 이미 일본의 차기 지도자로 유력했던 아베 총리가 정부 당국자도, 국회의원도 아닌 이 전 시장만을 비밀리에 만나고 간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대사관도 모르게 잠행'=당시 아베 총리는 3월 중순쯤 휴일을 이용해 비밀리에 인천공항에 입국, 서울시청내 시장 집무실을 찾아 이 전 시장과 약 1시간가량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2일 "아베 총리가 지난 3월 비공식으로 방한했다"며 "당일 일정으로 이 전 시장만 만나고 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한 일본대사관이나 한일의원연맹측 역시 "사전 연락을 받거나 아는 바 없다"면서도 "아베 총리가 작년말부터 두어 번에 걸쳐 '잠행' 형식으로 비밀리에 방한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대사관 한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3월 방한 내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 "만난 건 사실"=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이명박 전 시장은 2일 기자와 만나 "당시 아베 관방장관이 찾아온 적이 있다"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시장은 "날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3월은 맞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일본을 다녀온 직후 휴무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3월 7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방일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베 총리와 이 전 시장의 만남은 3월 중순 이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동행한 일본 자민당 소속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며 아베 총리를 소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시장과 아베 총리는 주로 경색 국면의 한일 관계와 동북아 안정을 위한 일본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은 "그냥 알고 지내자고 온 게 아니겠느냐"며 "생각보다 젊어보이길래 '전후 세대이니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당시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한일 관계가 경색된 것은 일본에 상당히 책임이 있는 만큼 일본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며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충분히 이해하며 의견을 같이 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또 아베 총리에 대해 "고이즈미처럼이야 하겠느냐"며 "고이즈미가 강경 일변도로 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작년 10월말 박근혜 전 대표도 찾아=한편 아베 총리는 작년 10월말에도 비공식적으로 방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을 비롯해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방장관으로 임명되기전 자민당 간사 대리였던 아베 총리는 역시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연구소의 초청으로 1박 2일간 방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가 이미 당선이 유력했던 시절 '잠행'을 통해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들을 잇따라 만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고개를 들 전망이다.
2006-10-04 오후 2:20:41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