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23·여) 씨는 지난 8월 말 한 대형할인점에서 '좋은 느낌' 생리대를 샀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지난달 12일 새벽 월경을 시작한 최 씨는 마침 사두었던 생리대를 꺼내 포장을 뜯었다.
생리대를 착용하려는 순간, 피부에 닿는 생리대 표면 색깔이 유난히 시퍼렇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잠결에 화장실에 들른 최 씨는 '조명이 어둡고 잠이 덜 깨서 잘못 봤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최 씨가 까무러친 건 바로 몇 시간 뒤. 아침이 돼 씻으러 화장실에 간 최 씨는 경악했다.
잠도 깼고 주위도 밝은데 여전히 생리대가 시퍼렇게 보이길래 생리대 밑을 뜯어 자세히 들여다본 것. 그 안에는 시퍼런 곰팡이가 잔뜩 슬어있었다.
최 씨는 "하얀 색이어야 할 생리대가 온통 초록색이었다"며 "너무 더럽고 징그러워서 소름 끼쳤다"고 당시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포장에 적힌 제조 일자는 지난 7월 26일. 시장에 유통된 지 겨우 2달도 채 되지 않은 제품이었다.
놀란 최 씨는 당장 업체에 전화를 걸어 따졌고, 업체 측 관계자가 다음날 최 씨의 집에 방문했다. 하지만 문제의 생리대를 살펴본 업체 관계자의 대답은 최 씨를 당혹케 했다.
이 관계자는 "곰팡이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제조 과정상 절대로 곰팡이가 들어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집에서 생리대를 보관하고 있다가 수분이 들어간 것 같다"며, 보관을 잘못한 소비자의 잘못인 것처럼 책임을 떠넘겼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업체 측의 대응은 화를 더욱 치밀게 했다.최 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장실에 생리대를 보관한 적도 없고, 갓 태어난 아기가 있어 집을 습하게 해놓지도 않는다"고 했다.
"다른 업체 제품은 구매한 뒤 대여섯 달을 갖고 있어도 비슷한 일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업체 측은 "생리대나 아기 기저귀 한 팩으로 교환해주겠으니 고르라"며 선택을 강요했고, 며칠 뒤 집으로 기저귀 한 팩이 배달됐다는 게 최 씨의 주장이다.
해당 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회수해 분석한 결과 곰팡이는 맞지만, 제조공정상 발생한 곰팡이는 아닌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화장실에서 보관하다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
생리대가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식약처 관리를 받고 있고, 제품을 매번 생산할 때마다 미생물 검사를 받기 때문에 곰팡이나 미생물은 검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곰팡이가 생겼다면 유통이나 보관 도중 생긴 것"이라며 "공정 과정상 생기지 않은 곰팡이의 발생 원인까지는 모두 분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께서 생리대는 싫다 하셔서 기저귀를 드렸다"며 "공정에서 곰팡이가 들어갈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