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 사는 송인숙(42·여) 씨는 지난해 3월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차량을 구매했다. 지방에서 보험설계사 일을 하려면 자동차는 필수품이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른 차였다.
송 씨는 차를 사면서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했다. 100여만 원이나 더 내야 해서 부담이 컸지만, 어차피 시중의 고급 내비게이션도 비슷한 가격대였다. 게다가 처음 출고할 때부터 장착됐으니 따로 설치할 수고도 덜 수 있고, 대기업인 만큼 AS도 좋을 것 같아 믿음이 갔다.
하지만 송 씨는 올해부터 도무지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차 위치를 엉뚱한 곳으로 표시하기 때문이었다. 충북 제천에서 운전하는데 정작 내비게이션에는 경기 이천의 야산 한복판으로 표시되는 식이었다.
가끔 차량 위치가 제대로 표시돼도 안심할 수 없었다. 길 찾는 기능도 엉망이어서 평소 두세 시간이 걸리던 김포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만 믿고 가다가 5시간이 넘게 헤맨 적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송 씨는 지난 5월 르노삼성자동차의 AS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AS센터는 내비게이션에서 사용하는 GPS가 차량의 어느 부분에 장착됐는지조차 몰라 차 곳곳을 뜯어 살폈다. 곧 끝난다던 내비게이션 정비에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수리를 받아도 내비게이션은 계속 말썽을 부렸다. 그 뒤로도 상담을 받으러 AS센터를 찾아간 것만 6차례. 4차례나 수리를 받고 한 번은 아예 장치를 교체했지만 교체한 내비게이션도 먹통이었다.
내비게이션보다 더 답답한 것은 르노삼성자동차의 태도였다. 수차례 AS센터를 찾아가도 100만 원을 주고 산 장치에서 어디가 어떻게 고장이 났는지 속 시원히 말해준 적이 없었다. 장치를 초기화했다가 펌웨어만 업데이트해주고는 수리가 끝났다고 한 적도 있었다.
송 씨는 차라리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려 수차례 환불을 요구했지만, 르노삼성차에서는 환불만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송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차량은 2012년 출고됐는데 내비게이션은 2009년에 나온 구형 모델이었다"며 "내비게이션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봐도 르노삼성자동차와 내비게이션 납품업체가 서로 다른 설명을 하다가 나중에는 둘 다 제대로 대답을 못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SM5 내장 내비게이션으로 곤란을 겪은 건 송 씨만이 아니다. 엄세용(35) 씨는 지난 8월 기대보다 저렴한 가격에 2010년식 SM5를 중고차로 사들여서 내심 흡족했다.
하지만 "내장된 내비게이션을 믿지 말라"라던 차 주인의 당부가 마음에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이삼일이 멀다 하고 고장이 났다.
엄 씨는 "청주에서 운전하고 있는데 내비게이션에는 부산 지도가 나왔다"라며 "전에 몰던 차 주인도 AS센터에서 방법이 없다며 돌려보냈다고 했는데 나도 AS센터를 찾아가보니 장비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자동차 측은 "내비게이션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으면 업그레이드해서 개선하고, 하드웨어 문제의 경우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옵션 내비게이션은 차량을 조립할 때 장착되기 때문에 차의 일부로 봐야 하므로 차량 안정성을 위해 쉽게 제거할 수 없다"며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 씨는 고장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채 계속 고장 내는 내비게이션은 교체해도 필요 없기 때문에 환불해달라는 입장이다. 송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오작동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언제나 고장 난 상태"라며 "이제는 내비게이션 소리만 들려도 짜증이 나서 아예 꺼놓고 운전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뚜렷한 고장 원인조차 알 수 없는 SM5 고객들은 값비싼 먹통 내비게이션을 바라보며 불만만 쌓아가고 있다.
2013-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