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촛불' 엎친 데 '독도 횃불' 덮치나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을 우리 정부에 공식 통보하면서, 한일 관계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특히 쇠고기 파동으로 '대미 졸속 외교' 논란의 수렁에 빠져있는 이명박정부로서는 이번 독도 문제가 '대일 졸속 외교'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에 휩싸이고 있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촛불 민심'이 초미의 '민족 관심사'인 독도 문제를 계기로 현 정부의 총체적 외교 난맥상을 질타하는 '제2의 횃불'로 번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

이명박정부의 대일 외교는 사실 출범 직후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말 취임식 직후 후쿠다 총리와 정상 회담을 갖고 '셔틀 외교 복원'을 주창하는 등 '대일 유화책'으로 일관해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방일에서 아키히토 일왕에게 머리를 굽히는 사진과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언급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미래만큼 중요한 것이 명확한 '과거 매듭짓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사회교과 학습지도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선 최근 '반일(反日) 정서'가 급속히 고개를 들어왔다.

여기에 쐐기라도 박듯 "지난 9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다 총리가 독도 명기 방침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현 정부의 '원칙 없는 대일 외교'에 대한 불신 여론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청와대는 즉각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이 대통령이 일본측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독도는 역사 지리 국제법적으로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인 만큼 결코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이동관 대변인)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날 일본이 독도 영유권 명기 강행 의사를 공식화함에 따라, 청와대로서는 상당히 곤혹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독도는 러시아에 점거된 북방영토 반환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수준으로 '톤 다운'을 하긴 했지만, 국민 정서상 이같은 '애매모호함' 자체가 '공분(公憤)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내놓은 '유화 제스처'가 본의와는 달리, 일본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

정부가 이날 즉각 나름의 '대일 강수'를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외교부 명의로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전달하는 한편, 권철현 주일 대사로 하여금 일본 외무성을 항의 방문하도록 했다.

또 앞으로 각종 국제회의에서 과거 일본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고, 재외 공관을 통해 '독도 침탈사'를 홍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여전히 상징적'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아,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 영유권 명기 강행 방침에도 불구, 일본에 대한 정부의 초반 대응이 '미진'할 경우 쇠고기 파동에 이어 또다시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로서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에 따른 '대북 정책'에 이어, 이번 독도 문제에 따른 '대일 정책' 역시 심각한 '외교적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前者)가 지나친 '경색 드라이브'에서 야기된 것이라면, 후자(後者)는 과도한 '유화 드라이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08-07-14 오후 3:43:4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