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수기에 '일본산 필터' 논란

 

국내 한 유명 정수기 업체가 별도의 방사능 검사 없이 '일본산 필터'를 사용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년째 해당 정수기를 이용해오던 이모(40) 씨는 최근 정수기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 이 정수기에 사용되는 필터의 원산지가 '일본'인 걸 알고나서부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농산품과 공산품에 대한 방사능 논란이 끊이질 않는 터라, 이 씨는 곧바로 업체에 문의했다.

해당 정수기 업체는 "국내 수입 과정에서 별도의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일본후생성 승인을 받은 필터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씨는 "장사하는 사람이 자기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물건을 팔겠느냐"면서 "더 이상 비싼 돈 주고 방사능을 먹고 있을 수는 없다"며 정수기를 처분했다.

해당 정수기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렌탈 신청까지 마친 최모(35) 씨도 황당해하긴 마찬가지.

"일본 회사의 위치가 후쿠시마와는 정반대쪽에 있고 일본에서 검사를 받아 안전하다"는 업체 측 설명도 최 씨를 안심시키진 못했다.

최 씨는 "일본 사람들도 후쿠시마 지역뿐만 아니라 전역의 농산품, 공산품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도, 해산물 같은 먹거리와는 달리 정수기 필터 같은 공산품은 반드시 방사능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업체 측이 소비자 심리를 고려해 국내 몇몇 기관에 방사능 검사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을 정도다.

국가 지정 방사능 검사기관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모두 5곳이다.

이들 기관 모두 해당 필터에 대한 방사능 오염 측정 요청을 받고는 "개별적인 검사 진행은 어렵다"는 입장을 업체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우리는 후쿠시마에서 퍼온 바닷물이나 원전 주변에 있는 무, 배추, 쌀 등을 분석한다"며 "정수기 필터는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가 이미 일본산 카메라나 기저귀 같은 공산품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 당국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소비자 최모 씨는 "필터 때문에 '독수'가 될지 '약수'가 될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안전성 검증이 되지 않았다면 수입하지 않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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