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유구무언'으로 전락하나


한나라당내 '정풍(整風) 운동'이 되나 했던 정두언 의원의 '반란'이 사실상 일거에 '진압'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묻지마식 인신 공격은 안된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하자 정 의원 스스로 백기를 든 것.

"만사형통을 끝내겠다"던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이제 대통령의 정국 수습을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놨던 '권력 사유화' 비판 내용도 15일 모두 지워버렸다.

이 대통령을 향해 약속한 '뒷받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여권 안팎에서는 "만사는 형을 통하면 된다"는 뜻의 '만사형통'(萬事兄通)에 이어 '유구두언'(有口두言)이란 말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두 말하는 입이 있다"는 뜻으로 물론 정두언 의원을 비꼬는 얘기다.

반면 정 의원이 '정풍 대상'으로 지목한 '대통령의 친형'은 위기를 벗어나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나는 정풍 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일각의 '이선 퇴진론'에 대해서도 "내 퇴진은 내가 결정하고 지역구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조만간 내놓을 '인적 쇄신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문제 제기에도 '친형'의 입김이 한껏 반영된 인사안이 나올 경우 다시 성토하고 나설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래선 민심 수습이 안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기류가 더 팽배하다.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는 이번에도 '명분'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대통령 한마디에 즉각 꼬리를 내려버렸기 때문이다.

'성공한 혁명'이 되나 싶던 정두언 의원의 '도전'은 결국 '실패한 쿠데타'로 종지부를 찍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정 의원 본인도 인수위 시절 자기 사람들을 심지 않았느냐"는 일부 시각 역시 그 배경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차기 지도자감'으로 눈길을 모았던 정 의원의 향후 행보에도 암운(暗雲)이 드리우고 있다.

국민들은 8년전 '정풍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역사의 주역'으로 밀어줬다.

'역경'의 길임을 알면서도 '도전'을 선택하는 이들에게서 '희망'과 '비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의장을 두 번 거치며 대선 후보까지 됐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그랬다.

역시 당의장을 지낸 신기남,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천정배도 그랬다.

그리고 민주당의 차기 지도자로 부상한 추미애 또한 그랬다.

그러나 '꼬리내린' 정풍운동의 주역이 역사의 전면에 선 전례는 일찌기 없다.

지금 정두언 의원이 그 길을 가려 하고 있다.

'정풍운동'을 통해 큰 꿈을 꾸지는 않았더라도 '형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겠다'던 정두언 의원.

그러나 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저앉았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다.

정 의원의 '반란' 배경을 놓고 "인선 주도권을 놓고 다퉜던 '박영준 찍어내기'에 애초부터 목적이 있던 것 아니냐"는 '저(低)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08-06-15 오후 5: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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