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 출신 청와대 수석들 '백일천하'



'Dr.청와대'로 불리며 출범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초대 참모진이 백일만에 사실상 '실패작'으로 드러나며 와해 위기에 처했다.

이동관 대변인을 제외한 수석 7명 가운데 미국 유명대학 박사 출신만 6명. 대부분이 교수 출신이다. 연초에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 초대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능력 있고 비교적 젊은 층을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을 소개하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들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칠판 앞'에서 빛을 발했던 이들의 정책 역량은 실제 국정 현장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적 사회적 지표가 출범 이후 내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쇠고기 파동 등 갖가지 국면마다 '교수 출신다운' 정무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 오죽하면 이 대통령이 "정무 능력을 갖춰달라"고 수석들에게 호소했을 정도다.

'실패작 1순위'로는 단연 김중수 경제수석이 꼽힌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땄고 한국개발연구원장 등을 지내며 '경제통'으로 발탁됐지만, 전혀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다.

김 수석은 쇠고기 협상과 AI, 물가와 환율 등 경제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뚜렷한 대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조차 "현안은 많은데, 경제 수석이 보이지 않는다"는 힐난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지난주 방중 직전에는 이종찬 민정수석으로부터 "쓸데 없는 얘기를 하고 다니지 말라"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김 수석이 몇몇 청와대 행정관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정치권에서 온 사람들은 술 먹는 것 말고 잘하는 게 있나"라고 비꼰 게 화근이 됐다고 한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내부 동요가 일자 민정수석이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청와대 내부 '교수 그룹'과 '정치권 그룹'의 반목과 불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였다.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도 교수 출신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면서 '교체 명단'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내서 손꼽히는 '미국통'으로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전 세계와의 종합적인 외교 정책을 이끌기엔 '무리'라는 평가가 이미 자리잡았다. 새 정부 들어 악화된 대북 관계나 이번 방중 기간 불거진 중국의 불만 표출이 그 좋은 예다.

방미 기간 이 대통령이 북에 제안한 '남북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도 김 수석의 아이디어였다 한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신문 사설'을 통해 남한 대통령의 공식 제안을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영어 몰입 교육' 등 각종 교육 정책의 혼선을 빚어온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여당에서조차 '정무 능력 부족' 비판을 제기해온 박재완 정무수석 역시 끊임없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들 수석들을 총괄하는 류우익 대통령실장 역시 '교수 출신'으로, 장관 고시 강행으로 민심이 불붙은 가운데 '단합대회 등산'을 추진할 정도로 시국 변화와 동떨어진 정무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참여정부때의 '386 참모진'과 비교해봐도 진정한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덕성에 좀 흠이 있더라도 능력을 중시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백일만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일찌감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박미석 수석이 중도 낙마한 것은 물론, 재산 공개 국면에서 자유로웠던 수석이 손에 꼽힐 정도로 초대 참모진의 '도덕성'은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

여기에 백일간의 국정 난맥상을 통해 '능력 부재'까지 검증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08-06-01 오후 7: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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