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인지" 이산가족 상봉자 확정에 '희비 교차'

 

 

60여년을 생사조차 모르고 살아온 이산가족 상봉자 96명이 최종 확정된 16일. 상봉하게 된 이들은 감격의 눈물을, 그렇지 못한 이들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되게 아프다. 감기가 왔는가보다. 아들한테 옮을까봐 걱정이야".

올해 87세인 한정화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온통 아들 걱정 뿐이다.

네 살배기 아들을 북에 두고 온 지 63년. 장난기 많던 개구쟁이 꼬마는 67세 노인이 됐고, 24살 곱디 곱던 엄마는 다시 어린애가 됐다.

교편을 잡은 남편 때문에 아들을 시댁에 맡기고 남편과 둘이 함경도 함흥 사택에 살던 한 할머니는, 전쟁통에 아들을 차마 데려오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울고 불며 떼를 쓰던 어린 아들을 억지로 떼어놓던 모습이 아들과 함께 한 마지막이 될 줄이야.

함께 내려온 남편마저 30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4남 1녀의 자녀들은 모두 한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고난과 인고의 세월에 대한 보답일까. 한 할머니는 63년 만에 드디어 꿈에만 그리던 아들을 만나게 됐다.

한 씨의 딸 김희순 씨도 처음 보는 오빠가 궁금하기만 하다. "꿈인지 생시인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김 씨.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이 감격을 함께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한 할머니의 손을 꼭 붙잡았다. 

60년을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만나게 된 홍신자(83·여) 씨는 그저 눈물만 나올 뿐이다.

전쟁 직후 함경북도 회령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남겨두고 막내 사촌 오빠와 둘이서 3.8선을 넘어온 홍 씨. 곧 뒤따라오겠다던 어머니와 동생은 그 길로 영영 볼 수 없게 됐다.

긴 세월 혈육과 생이별한 홍 씨는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목놓아 울었다.

"많이 변했겠지만 알아볼 수 있다. 어떻게 동생을 못 알아보겠냐"면서 "무슨 선물을 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이라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다.

반면 고요섭(84) 할아버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평양에서 일곱 식구가 "절대 헤어지지 말자"며 손가락을 깍지끼고 피난길에 나섰지만 전쟁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평양 대동강 다리가 끊어지면서 가족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졌고, 헤어지면 서울에서 만나자던 약속은 세월 속에 묻혀버렸다.

가족 중에서도 자신을 잘 따르고 의지했던 여동생이 가장 보고싶다는 고 할아버지는 행여 동생에게 연락이 닿을까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기도 했다.

동생을 본다는 기대감에 최근 한 달 동안 30번도 넘게 찾아갔던 대한적십자에서 '탈락'의 대답을 들은 고 할아버지는 차마 자리에서 두 발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서 두 시간을 그냥 있었다. 못 오겠더라"면서 "차례가 아직 안 됐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차례가 오느냐"며 가슴을 쳤다.

한반도에 이산가족이 몇 명인데 고작 100명씩 추려서 만나게 한다는 것인지, 고 할아버지는 원통할 따름이다. 
"여동생을 단 한 번 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 눈물로 드리지만 동생은 듣지 못하는 고 할아버지의 기도는 그래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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