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토지주와 건물주의 법적 분쟁 끝에 명도집행이 결정되고 철거 작업이 시작되면서, 세입자 300여 명이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어제 사무실 들어왔는데 오늘 쫓겨나…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
이 과정에서 김 씨를 포함한 장애인 2명이 수십 명의 뒤섞인 인파에 깔려 구조대의 들것에 실려 나가는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집 안에 있던 세입자들도 몇 명 더 나와 용역 직원들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곳곳에선 울음소리도 터졌지만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사무실 일부부터 명도 집행이 시작됐다.
오후 12시 30분엔 격분한 세입자 한 명이 건물 난간에 올라서서 뛰어내리겠다며 소동을 피우다 2분 만에 들어가는 등 아찔한 장면도 이어졌다.
강제 집행이 이뤄진 지 한 시간 만에 전기와 물이 끊어졌다. 오후 즈음엔 가스도 끊어지고 인터넷도 먹통이 됐다.
80여 세대 가까이는 짐이 법원 지정 보관소로 옮겨지고, 유리창과 붙박이장 등이 부서졌다.
세입자 한 명은 “당장 오늘 잘 곳이 없으니 찜질방에 가야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1차 철거 이후 불안에 떨며 지내…보증금 받기? 하늘에 ‘별’ 따기”
사실 이번 철거 작업은 지난해 11월 2일 1차 집행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오피스텔에 2011년 12월부터 전세를 얻어 살던 전모(35) 씨는 지난해에도 강제 철거를 겪었다.
전 씨는 그땐 강제집행이 이뤄진다는 것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했다. 퇴근 후 돌아와 보니 전 씨의 보금자리는 세면대와 붙박이장이 박살난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다.
전 씨는 “그 이후 주민들 모두 불안에 떨며 지냈다, 보증금 받기는 하늘에 별 따기고 보증금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역시 1차 강제 철거를 겪은 임모(34) 씨는 “그 이후 끊임없이 또 강제 철거가 있을 거란 소문은 흘러나와서 여자들은 무서우니까 보증금 포기하고 그냥 떠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오늘 집행된다는 걸 우리도 어제 알았다, 지금 출근도 안 하고 나와 있는 상황”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내비쳤다.
전 씨는 본인이 입주하기 전 관리소장에게 들은 건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르긴 한데 200세대나 사는 대규모 오피스텔이고 두세 달 안에 다 해결될 거다, 등기부 상으로도 깨끗해질 것”이란 얘기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철거’, ‘명도집행’ 등의 단어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지상 12층, 지하 3층 규모의 이 오피스텔은 220가구가 입주했다. 이곳에 사는 주민은 약 300여 명 가까이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의 부지는 당초 학교법인인 A 학원의 부지였지만, A 학원이 학교를 폐지하면서 해당 부지 일부를 공원부지로 기부채납하고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게 구청으로부터 허가받았다.
하지만 A 학원이 파산하면서 건물주가 성원건설로 바뀌었다가, 성원건설도 부도가 나자 건물주가 B 주식회사로 바뀌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토지가 경매로 넘어가 제 3자가 낙찰을 받아 토지주와 건물주가 나눠지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건물주와 토지주는 서로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려고 싸웠지만 양측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오피스텔 건물은 준공허가를 받지 못한 채 공사를 마무리하고 입주자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해 토지주는 불법점유물 철거소송을 진행해 대법원으로부터 "건물주는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토지주에게 돌려주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구청은 ‘건물 철거’ 판결이 났는데도 세입자들에게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해준 데 대해 "판결 이후 2009년 12월부터 2010년 6월 전입신고를 거부했으나, 한 세입자가 거부처분 취소 행정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려 이에 따라 전입 신고를 수리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또 “1차 대집행 이후에도 언제든지 대집행이 이뤄질 수 있어 피해가 있을 수 있음을 전입신고시 충분히 안내해 처리했는데도 1차 집행 이후 현재까지 33세대가 전입신고를 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201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