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니합창단 '후원금 조작' 의혹

 

 

지라니합창단이 거두는 연간 후원금이 12억 원에 이르지만, 실제 합창단에 지원되는 금액은 5%도 채 안 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원자들에게 알려지는 내역과 실제 사용 내역이 '완전 딴판'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지라니문화사업단측은 "부풀려진 게 전혀 없다"며 반박하고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 "직접지원비는 4%대 불과" vs "구호단체 아닌 문화단체"

사업단은 홈페이지내 '재정보고'를 통해 제6기(2012. 4. 1~2013. 3. 31) 동안 전체 지출 내역 가운데 케냐사업비 76.5%, 행정비 14.3%, 국내공연비와 해외사업비는 9.2% 소요됐다고 공개했다.

최근 2년간 후원금과 공연 개런티 등을 포함한 연평균 수익금은 12억 원 수준. 이 가운데 합창단원들의 학비나 식비 등으로 직접 지원되는 비용은 4.7% 수준인 연평균 5,80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는 같은 기간 사업단 임모(63) 회장의 연간 급여액인 6,200만 원에도 못 미친다. 이 연봉마저 교통비와 통신비, 출장비와 해외수당을 제외하고 순수한 급여만 계산한 수치다.

해외사업비 비중을 부풀리기 위해 한국본부에 있는 행정직원들의 급여를 몰래 포함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케냐로 지원되는 비용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8월 사업단의 급여지급명세서 가운데 케냐사업비 항목에는 부장급 인사 2명과 팀장급 인사 2명, 인턴 등 한국본부 직원 5명의 급여 920만 원 상당이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케냐사업비에는 학비와 식비 등 직접지원비는 물론, 현지에 파견나간 한국 직원들의 식비와 주거비, 현지 직원들의 인건비까지 모두 포함돼있다"고 해명했다.

합창단은 구호단체가 아닌 '문화단체'이므로 단원들에 대한 직접지원비의 비중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자동차 보험료, 사파리 여행비도 회사 돈으로"

그렇다 해도 지출 내역 가운데는 여전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항목이 여럿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임 회장의 자동차 보험료가 '행정비용'에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약 210만 원이 빠져나갔다.

출장비가 과하게 책정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2012년 2월부터 5월까지 케냐로 장기출장을 떠난 임 회장에게는 항공료를 포함해 일비와 식비, 출장비로 모두 980만 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출 품의서와 계산 내역만 남아있을 뿐, 관련 증빙 서류는 찾을 수 없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비와 식비, 출장비는 모두 '케냐사업비' 항목에 들어갔다. 같은 기간 임 회장에겐 출장비와는 별도로 매달 460만 원 가량의 월급도 지급됐다.

지출 내역에는 또 규정상 이중으로 지급될 수 없는 출장비와 해외수당이 동시에 지급된 것처럼 보이는 흔적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세금문제가 복잡해지니 일단 해당 규정을 바꾸기 전까지는 행정처리를 위해 이중지급된 것처럼 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달 이상의 장기출장 비용이 '출장비'가 아닌 '해외수당'으로 책정되도록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만 서류상 이중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업단은 지난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현지 학교 건축설계를 부탁한다'는 명분으로 한 대학교수를 초청, 항공료와 식비는 물론 1,700달러에 이르는 사파리 여행까지 공금을 들여 제공했다.

임 회장은 "무료로 이미지 설계 기증을 해주겠다는데 우리가 경비를 대주는 게 마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파리 여행비용에 대해서도 "사례비도 제대로 못 줘 미안한 마음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동물이라도 보고 가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해고된 전 직원들의 얘기다. 이들은 "그 교수가 케냐를 방문하기도 전에 이미 건축 허가를 받은 설계도가 있었다"며 임 회장의 해명을 일축했다.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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