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인상 소식에 시민도 기사도 '시큰둥'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4년 만에 500원에서 최대 700원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번 인상안으로 택시 운수 종사자의 처우는 물론 서비스 개선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시의회에 택시요금 인상안을 제출한 27일, CBS 취재진이 만난 현장의 분위기는 이런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갑자기 많게는 700원까지 오르는 택시비가 부담스럽다는 시민들은 물론, 택시기사들마저도 처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인상안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들 “기본요금 3000원 부담스러워…택시 잘 안 탈 것”

시민들은 갑자기 500원에서 많게는 700원까지 택시 기본요금이 올라가는 건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가까운 거리를 가는 데도 기본요금으로 3000원 가까이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직장인 권혁진(32) 씨는 “택시는 서민들이 12시 이후에 타는 대중교통인데, 그 금액이 3000원이 되면 부담이 크다”며 “100원, 200원도 아니고 갑자기 600원 정도 오르면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서 만난 주부 임모(33) 씨도 “가까운 거리는 택시를 타게 되는데 기본요금 자체가 3000원이 되면 부담스러워서 잘 안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입장에서 교통비는 생활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기본요금이 많이 오르는 지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직장인 이철호(35) 씨는 “대중교통 금액을 올리는 건 시민들 입장에서 부담이 센데,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적자니까 올린다’ 이렇게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본요금이 인상된다고 해서 승객으로서 받는 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유성렬(58) 씨는 “요금이 오르기만 하지 개선되거나 하는 건 없지 않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백영석(24) 씨도 “오르면 당연히 시민 입장에선 안 좋은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요금이 올라간다고 서비스가 나아지거나 다른 게 딱히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의 택시 기본요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인상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인 시민도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했다.

직장인 김모(44) 씨는 “버스를 타도 두 명이 타면 2100원인데 버스나 택시나 그게 그거니까 (인상 폭이)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면서도 “택시 요금을 올리면 사람들이 많이 안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기본요금 인상된다고 처우 개선? 글쎄”

택시 기사들은 기본 요금 인상 자체에 대해선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이번 인상안 전반에 대해선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개인택시기사 김영태(49) 씨는 “당연히 요금을 인상해 처우는 이미 좋아졌어야 됐는데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요금이 인상되듯 100원, 200원 정도로 조금씩 올라야 하는데 갑자기 몇백 원을 확 인상하니 시민들의 반감만 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개인택시기사 권모(64) 씨는 “버스는 1년에 2번, 3번씩 올라도 별 반응이 없는데 택시는 한번에 올리니 몇백 원 오르면 많이 오른다고 난리를 친다”며 “LPG 가스 요금이나 모든 게 오르는데 그걸 다 따져줘야 하지 않냐”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법인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이 오르면 결국 회사에 매일 납입해야 하는 사납금도 늘어나게 된다며, 기본요금만 올려서는 자신들의 처우 개선엔 큰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법인택시기사 김모(53) 씨는 “4년 전에도 500원 기본요금 인상했을 때 회사가 하루에 2000원씩 사납금을 올렸다”며 “요금을 올려도 회사가 사납금을 올리니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별로 없다, 처우 개선이 절대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우리한테는 그렇게 만족스러운 정책이 아니다, 아까도 식사하면서 들었는데 그렇게 썩 만족하지 않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 인상안은 또 거리요금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인데 이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법인택시기사 임모(54) 씨는 “이전엔 기본요금 인상하면서 주행거리도 같이 짧아졌다”며 “다들 관심거리가 거리요금 인상이었는데 이번엔 이게 빠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기본요금을 2900원으로 500원만 올릴 경우에만 시계 외 요금을 부활한다는 안에 대해서도 택시 기사들은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코웃음을 쳤다.

임 씨는 “왜 택시기사들보고 승차거부 한다고 하냐, 시계 외로 나가면 빈차로 비싼 가스 없애가면서 돌아오는데 누가 가려고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기사들은 택시 대수 자체가 지나치게 많아 공급 과잉인 현실에 대해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에도 불만을 쏟아냈다.

개인택시기사 이영로(52) 씨는 “교량을 하나 건설하더라도 20-30년 뒤를 보고 건설하는데 택시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냐”며 “서울시에서 그냥 무분별하게 인허가 내주다 보니 택시가 너무 많은데 이 부분을 조절하는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법인 택시 기사 김모(53) 씨도 “택시 대수가 많아 불만이다, 줄여야된다”며 “버스 줄이듯 한번 조정을 해서 공급과 수요를 맞춰 나가면 되는데 그걸 맞춰 가지도 못한다”고 답답해했다.

 

 

2013-08-2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