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7일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하고 문ㆍ이과 구분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을 발표했다. 교육ㆍ학부모단체와 일선 고교ㆍ대학, 그리고 입시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개편안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2017학년도 문ㆍ이과 통합되나? “사교육 유발” 우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시안의 핵심이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방안으로 △현행 수능 골격 유지안 △문ㆍ이과 일부 융합안 △문ㆍ이과 완전 융합안 3가지를 제시했다. 기존 수능이 문과생은 과학 과목, 이과생은 사회 과목을 외면하게 해 반쪽 공부에 그쳤고 융합인재를 기르는 것이 세계적인 학문적 흐름에 맞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기존에는 학생들이 수학과 국어 성적, 대학입학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문ㆍ이과를 선택했는데 이는 편식 교육을 조장하는 데다 보편적인 교양 교육이라는 고등학교 교육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융합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는 시대흐름에 따라 문ㆍ이과 구분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OECD 국가 가운데 문ㆍ이과를 구분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고 인재 양성과 학생들의 진로 측면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다만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편이나 교원 수급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다만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을 지워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관계자는 “통합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문과 학생이 수학의 미적분을 배우는 사태까지 원하는 건 아니다. 학습 부담을 더 이상 늘리지 않으면서도 통합형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사, 24년 만에 필수과목 복귀…대체로 환영
한국사가 대학입학 시험의 독립ㆍ필수과목이 되는 것은 24년 만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이어지고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나온 개편안인 만큼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교총 관계자는 “학생들의 역사 인식 제고는 물론, 국영수 위주의 교육을 탈피해 인문학적 과목을 중시하는 교육 변화의 출발점으로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관계자도 “문ㆍ이과를 폐지하고 수능평가 영역을 공통화한다면 한국사의 필수화는 자연스러운 조치”라며 환영의 의사를 나타냈다.
학원가에서는 한국사 수능 필수화는 문ㆍ이과 융합안과 더불어 사교육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한국사가 사회탐구에서 분리돼 독립 필수과목이 되는 만큼 학원을 찾는 수요는 늘어난다”며 “국어ㆍ영어ㆍ수학의 경우 기존보다 비중은 약간 줄어들 수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별 전형 방법 제한 및 학생부 강화…정시ㆍ논술 확대로 사교육↑
교육부는 대학전형 간소화 방안에서 대학별 전형 방법 수를 수시 4개, 정시 2개로 제한했다. 또 “학교생활기록부가 대입전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도록 교과성적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비교과 기재내용을 충실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고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형요소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도 오늘 발표한 내용은 전형방법의 숫자만 줄이는 것으로 돼 있다”며 “학생들은 여전히 내신과 수능, 논술을 모두 준비해야 되는데 결코 학생 부담 완화와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교총 관계자는 “대학들이 논술에서 상급학년의 교과과정을 이수해야만 알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적인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꼽히는 눈술의 난이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가에서는 벌써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마저 폐지된다면 학생부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기환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수능최저기준 없이 학생부로 학생을 뽑으라고 하면 대학이 수시로 선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시에서 덜 뽑고 정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대학이 이처럼 정시와 논술 위주 전형을 확대하면 결국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상위권 대학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마저 폐지하라는 압박을 받으면 정시 인원을 늘릴 것”이라며 “수시가 줄고 정시가 늘어나는 상황으로 가면 재수생이 증가하고 결국 사교육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어ㆍ수학ㆍ영어를 수준에 따라 A/B형을 골라 보도록 한 선택형 수능이 1년 만에 부분 폐지된 데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판이 쏟아졌다.
한 입시 전문가는 "현 고1∼2 학생들은 이미 A/B 수준별 영어학습을 시작하거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준비해왔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는 문제냐"고 반문했다.
2013-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