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적 '나 몰라라'…점주 대신 법인 명의로 '담배권'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담배 판매권'을 여전히 점주 대신 본사 명의로 따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븐일레븐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령 주무 기관인 기획재정부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지난해 국감 지적에도 법인 명의로 '담배 판매권'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담배를 판매하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4422곳의 20%인 891개 점포가 회사 법인이나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전·현직 대표 명의로 담배 소매인 지정을 받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븐일레븐의 가맹점주 모집은 크게 '완전가맹점'과 '위탁가맹점'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회사 법인으로 담배 판매권을 받아 문제가 된 곳이 바로 위탁가맹점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세븐일레븐 전체 편의점 7200여 곳 가운데 2200여 곳이 위탁가맹점으로, 담배 판매권을 회사가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감에서 이를 지적한 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담배사업법의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법을 실행하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았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위탁가맹점은 점포에 대한 임차권, 사업자등록, 상품에 대한 소유가 법인 명의로 돼 있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담배 소매인 지정을 법인 명의로 발부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탁가맹점주는 회사 소유 상품 판매를 대리하는 지위에 있어 사업자등록상 종목이 편의점이 아닌 '상품대리'로 돼 있다"면서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질의 답변에 따라 법을 실행하는 지자체에서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법인이 담배권을 받는 게 위탁가맹점주 손익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없고 다른 경쟁사보다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 회사 측 "적법 판단 받아" vs 기재부 "문제 소지 있어"

하지만 담배사업법의 주무부처인 기재부 측은 "지자체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기재부도 적법하다고 판단을 내린 건 아니다"라며 "담배사업법의 입법 취지로 봤을 때는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담배를 직접 판매하는 자가 담배 판매권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의 가장 큰 입법 취지는 기회 균등"이라며 "지난 2001년 담배권 승계가 불가능하도록 개정된 것도 담배권에 돈이 오가면서 자본이 많은 사람이 독점하는 폐해를 막으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븐일레븐처럼 법인으로 권리를 따낼 경우 매장을 폐점하지 않는 이상 담배 판매권을 영원히 소유하기 때문에 기회 균등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재부는 지난 2010년 철도역사 내 매점인 '스토리웨이'의 담배 판매권을 운영사인 코레일유통이 소유한 것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 이를 시정하도록 각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기재부는 또 같은 해 법무법인의 자문을 통해 가맹계약 형태와 계약서 등 법리를 검토한 결과 "담배 판매권은 법인이 아닌 위탁가맹점주가 받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재부 측은 이어 "세븐일레븐이 '상품대리'라고 질의를 한 부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담배를 직접 판매하는 자가 담배권을 취득해야하는 원칙에 따라 지자체에서 판단하도록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재계약 때 부당조건 요구해도 '울며 겨자먹기'

그렇다면 세븐일레븐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인 명의로 담배 판매권을 받는 이유는 뭘까.

통상 2년인 위탁가맹점주의 계약기간이 끝나 점주가 바뀌면 소매인 지위를 상실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란 게 점주들의 분석이다.

특히 담배 판매권은 을(乙)인 점주가 갑(甲)인 본사의 횡포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 수단'이란 점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한 편의점 점주는 "점주가 판매권을 받으면 점주가 바뀔 때 폐업신고를 하고 담배 판매권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독 세븐일레븐만 담배 판매권을 법인으로 받는 이유는 이러한 재취득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을 배제하고 영구적으로 가지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담배 판매권이 없으면 2년이 지나 재계약할 때 부당한 조건을 제시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주는 "실제로 한 위탁가맹점주는 당초 수익 배분 비율을 '점주 4 대 본사 6'으로 계약했지만, 재계약 때 '점주 3.5 대 본사 6.5'로 바꿔 제시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3-08-2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