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원외' 당권 도전 가닥…MB와도 '교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이재오 의원이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측 한 핵심 관계자는 12일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7월 개최될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걸로 안다"고 밝혔다.

또다른 측근 역시 "과반수 확보만으로는 안정적 국정 운영이 담보될 수 없다"며 "박근혜 전 대표측의 구심력을 제어할 당내 원심력의 중심은 결국 이 전 최고위원뿐"이라고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차기 여당 대표의 가장 큰 과제가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임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과 '코드'가 통하고 강한 추진력을 지닌 이재오 의원이 결국 최적임자란 것이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결심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도 이미 교감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 결과가 드러난 지난 9일밤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낙선을 위로했고, 이 의원은 "당분간 조용히 지내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또 총선 이후 국정 운영 방향 등 정국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뒤, 이 과정에서 당권 향배를 놓고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나라당 안에서는 6선의 정몽준 최고위원을 비롯해 4선의 홍준표 의원, 역시 4선인 남경필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들이 당권 도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권의 '2인자'로 불리면서도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이재오 의원이 이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가 최대 계파인 '친이'(親李) 그룹을 대표해 나설 경우 강력한 구심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헌정사상 보기 드문 '원외(院外) 여당 대표'가 탄생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틀 뒤인 11일 강재섭 대표와의 정례 회동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일축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재오 의원이 총선 패배 후유증을 해소하고 다시 힘을 추스릴 때까지 시간을 벌 필요가 있던 셈이다.

이재오 의원 본인 역시 같은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와 단절하느냐, 재기를 도모하느냐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향후 지지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건 당분간 공백기를 갖겠다는 의미로, 지지자들을 상대로 '정치 단절'과 '재기 도모'를 놓고 의견을 구하겠다는 건 결국 후자쪽에 이미 방점이 찍혀있음을 뜻한다.

이재오 의원은 또 자신의 낙선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과거는 빨리 털어버릴수록 미래에 대한 꿈과 도전이 힘을 받는다"고도 했다.

'빠른 재기'에 나설 것임을 거듭 강조한 이재오 의원은 이르면 다음달말쯤 당권 도전 의사를 공식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8-04-12 오후 9: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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