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선거의 여인'이라는 별칭을 또다시 입증하면서, 사실상 18대 총선 '최대의 승리자'로 우뚝 섰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내부는 물론, 친박연대나 영남권 친박 무소속 연대 심지어 자유선진당까지 '박근혜 수혜주'로 간주되는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기 때문.
특히 탄핵 역풍이 분 17대 총선 당시 '적극적' 유세를 통해 위기의 당을 구해낸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무동(無動) 지원'만으로도 이끌어낸 결과여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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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지원 사격에도 친박계 후보들 대거 당선
지난 총선의 최대 특징이 이른바 '탄돌이'의 대거 국회 입성였다면, 이번 총선의 최대 특징은 가히 '박(朴)돌이' 돌풍으로 요약할 만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개표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88%를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건 물론, 유승민, 이혜훈 구상찬 등 당내 계파 후보들의 당선도 다수 이끌어냈다.
선거운동 내내 자신의 지역구를 거의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영상 메시지 등 간접 지원만으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박 전 대표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당 사상 유례없는 당명을 채택, 세간의 눈총을 사기도 했던 친박(親朴)연대가 예상밖 선전을 거둔 게 이를 증명한다.
영남권에서 친박 무소속 연대가 선전한 것까지 감안하면, 한나라당 바깥 친박 세력만으로도 사실상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김무성 홍사덕 등 최측근들이 지역구에서 생환한 건 물론, 경선 당시 선거캠프를 이끈 서청원 전 대표도 비례대표로서 국회 입성이 사실상 확정됐다. 정치력 강한 이들 측근들의 귀환은 박 전 대표에겐 강력한 날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김 의원 등은 이번 총선 선거운동에서도 "차기 대권은 박근혜에게"를 공공연하게 주창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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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돌풍에 고심
특히 당내 공천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부총장이 줄줄이 낙선한 것도 박 전 대표의 위상을 거듭 확인해준 셈이 됐다.
영원한 '표밭'이던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상당히 낮게 나오고, 대신 친박연대와 무소속 후보들이 높은 득표력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영남은 물론 강원과 충청권에서도 기대 이하의 저조한 득표를 기록, 그동안 표방해온 '전국 정당' 위상에도 먹칠을 하게 됐다.
'안정적 과반수 확보'를 꾀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향후 국정 운영에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 숫자상으로는 과반수를 확보한다 해도, 박근혜 전 대표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추진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미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사실상 이 대통령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낸 데 이어,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도 반대 의사를 공개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향후 국정 및 정국 운영에서 상당 부분 주도권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08-04-09 오후 11: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