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18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올 정도로 등산 인구가 늘다 보니, 산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천태만상이다.
대부분 중장년들로 구성되다 보니 같이 산에 다니다 서로 눈이 맞거나, 애초에 불륜을 목적으로 산악회에 가입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혼자서 호젓하게 찾은 남성 등산객들에게 접근하는 이른바 ‘커피 아줌마’들도 등산로 어귀마다 자리잡고 있었다. 산이 어느새 '불륜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불륜 놀이터'가 된 등산로와 산악회
등산 열풍에 질세라, 올해초 인터넷 산악 동호회에 가입한 30대 주부 이모 씨. 얼마 전 회원들과 산에 갔다오자마자 동호회를 탈퇴했다.
"가정도 있는 중년 남녀들이 낯 뜨거운 포즈로 사진을 찍고, 주고 받는 얘기들도 대부분 음담패설이어서 낯이 뜨거워 혼났다"는 것.
이 씨는 "올라갈 때는 따로 간 사람들이 내려올 때는 손 잡고 내려온다는 게 진짜였다"며 "밥 먹고 난 뒤 등산복 입고 모텔로 들어가는 것도 보니까 멀쩡한 정신으로는 산악회 활동을 못 할 것 같아 바로 탈퇴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인터넷 검색창에 ‘산악회’를 넣어보면, 블로그나 까페 게시판에는 불륜 얘기들로 가득했다.
남편이나 아내가 산악회에 다니면서부터 평일 늦은 밤이나 주말에 외출이 잦아졌다거나, 모르는 이성한테서 야심한 시간에 전화나 문자가 자주 온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게시물마다 달린 수백 개의 댓글들도 가관이었다.
“중년의 남녀가 뒤섞여 산에 오르면서 성희롱 수준의 진한 농담은 기본이고 매주 또는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면 어느새 어깨동무하고 스킨십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고. 바람난 경우는 흔하구요”.
“남녀혼성 산악회는 99.99% 불륜입니다. 하산길에 아줌마들이 '야 여기 남자들은 00가 딱딱해서 좋지 않냐?' 실화입니다. 한 1년 지나면 웬만한 회원은 한 바퀴 돌지요”.
등산 초보 여성이 산행하다 힘들어지면 남성 회원들이 가방을 들어주거나 손을 잡아주면서 끌어주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킨십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또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니 호감이 가는 상대한테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 샤워를 하고 들어가도 배우자의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등산이 불륜에 악용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더 심각한 건 애초부터 산악회를 '불륜의 온상'으로 악용하려는 회원들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인터넷 산악회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등산을 가르쳐줄 누님을 구한다”는 글들로 도배돼 있었다.
또 “결혼한 지 몇 년 됐고 집과 회사만 다니다보니 일상이 지겹다, 연애하고 싶다”며 애인을 구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인터넷 산악 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김모(54) 씨는 "대다수의 산악회는 건전한 목적이지만 불륜 목적으로 산악회 가입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산악회의 문제로 보면 안된다”고 했다.
또다른 산악회 운영자도 "산을 자주 오다 보면 당사자들끼리 비공식으로 만남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산행하고 내려가서 술 한잔 먹은 뒤 이동하는 장소까지 산악회에서 관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산에 가보니…“대장님, 사장님, 여사님”
지난 주말 취재진이 찾은 관악산. 연주대로 향하는 등산로 계곡 한 쪽 모퉁이에 쳐진 텐트에서는 중년 남녀들의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같이 놀러온 등산객이려니 생각하는 찰나, “놀아줘서 고마워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려는 남성들은 잠시 뒤 “술이나 한 잔 할까”라며 소주를 한 병 꺼냈고, 기다렸다는 듯 한 여성은 가방에서 “전을 가져왔는데 다 식었을거야”라며 가방에서 음식을 꺼냈다.
이 여성들은 남성들을 모두 “대장님”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술 한 잔 씩 주고받으면서 어깨도 주물러주고 무릎 베개도 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안 떨어진 곳에서 또다른 중년 남녀 등산객들은 서로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대장님,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남성들은 “여사님”이라고 불렀다. 이같은 등산객들의 ‘즉석만남’ 풍경을 찾아보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남녀 등산객이 뒤섞인 산악회는 스킨십이 자연스레 이뤄지다 보니 불륜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이날도 한 산악회 회원들이 하산하던 도중, 한 남성이 여성의 가방 문을 닫아주다가 여성의 엉덩이를 툭 쳤다. 화들짝 놀란 여성은 뒤돌아보면서 남성의 손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광경을 본 일행들은 남성을 나무라기는커녕 다같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산길 내내 어깨동무도 하고 허리도 잡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커피 잡솨요” 등산 열풍 올라탄 관악산 ‘커피아줌마’
“분수대 쪽에 가면 여자들 있어. 보따리 싸들고. 남자들이 있으면 다가가서 커피 한 잔 하라며”.
관악산 입구에서 만난 한 상인이 입을 열었다. 10년도 넘게 이 곳에서 음식을 팔아왔다는 상인 이모(65·여) 씨는 “여성들이 커피 한 잔 하라면서 숲으로 데려간 뒤 커피도 팔고 술도 판다”고 했다.
특히 “나중에는 연애하러 가자면서 남성들과 노래방도 가고 그 뒤에는 성매매를 한다는 소리도 있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등산로 입구부터 분수대까지 가는 길에는 보따리를 손에 들거나 둘러맨 여성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우두커니 앉아 지나가는 등산객들만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보따리에 넣어 온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한 잔씩 마시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얼핏 등산객 차림의 여성이 홀로 산을 찾은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며 접근했다. 할아버지는 “없어, 없어”란 말과 함께 손을 뿌리치고 걸어갔다.
잠시 뒤 분수대 인근에서는 한 중년 여성과 장년 남성이 만났다. 이 남성은 여성의 가방을 받더니 어깨에 메고 함께 호수 근처를 한 바퀴 돌았다.
인근 정자로 자리를 옮긴 뒤 여성은 가방에서 꺼낸 참외를 깎아 남성의 입에 넣어줬다. 여성은 역시 남성에게 “대장님”이라고 불렀다.
건강이 안 좋아 산에 가끔 온다는 박모(73) 씨는 “커피 파는 아줌마들이 있기는 한데 커피만 마시고 연애 정도는 하지만 성매매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8년 전부터 한 달에 두 번씩은 산에 온다는 최모(58) 씨도 “커피 한 잔 팔아달라는 아주머니들을 많이 봤다”면서 “그런 여성들은 주로 나처럼 혼자 주로 오는 남성들한테 접근하고 소주를 팔기도 한다”고 했다.
“딱해서 커피도 한 잔 팔아주고 얘기도 나눠봤다"는 최 씨는 "하루하루 돈 벌어 애들 가르치고 한다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201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