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웃도어 열풍'이다. 등산 인구 1500만명에 낚시 인구 1000만명, 캠핑 인구도 어느덧 250만명에 육박한다. 대규모 인파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우리 산하(山河)는 주말마다 몸살을 앓는다. 불륜과 허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CBS노컷뉴스는 '아웃도어 역풍'을 5회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아웃도어 열풍에 쓰레기 뒤덮이는 山河
②'힐링'인가 '불금'인가…'떼캠' 누비는 캠핑촌
③'커피 아줌마'와 '불륜 산악회'를 아시나요
④뒷산 가도 히말라야급 장비…허세의 아웃도어
⑤치어 싹쓸고 금어기 무시…무법자 강태공들
지난 주말 서울 근교의 한 캠핑장.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족 단위 캠퍼들이 북새통을 이룬 캠핑장은 비단 이곳만이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다보니 자연스레 쓰레기도 산을 이뤘다. 쌓인 쓰레기봉투에 가려 아예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개중에는 일반 검은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몰래 버려놓기도 했다.
캠핑장을 가득 메운 텐트 주변에는 비닐 포장지 조각이나 부러진 나무젓가락, 담배꽁초까지 온갖 자질구레한 생활쓰레기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져 있었다.
음식물 찌꺼기와 기름때가 잔뜩 낀 개수대에서는 아이들이 물을 받아 물총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캠핑장을 찾은 박혜선(30· 여) 씨는 "계곡 근처 캠핑장에 놀러가면 설거지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강가에서 세제까지 사용하더라"며 "상류에는 세제 거품이 둥둥 떠있는데 하류에서 아이들이 노는 풍경도 봤다"고 혀를 찼다.
중랑구 신내동에 사는 정진수(43·남) 씨도 "지난 봄에 찾은 경기도 인근 캠핑장에서는 새벽에 약주를 많이 마셨는지 '화장실 줄을 서기 귀찮다'며 풀숲에 숨어 볼일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정 씨는 "자기 집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 밖에 나오니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바다나 강가 역시 쓰레기로 가득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수도권 조사들이 자주 찾는 인천 송도나 시화방조제 등은 말 그대로 '쓰레기 천국'이 됐다.
낚싯바늘이나 납추처럼 조사들이 버리고 간 채비들이 바닥에 즐비하고, 바위나 테트라포트 틈새에도 담배꽁초를 비롯한 각종 생활 쓰레기가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방파제 인근에서 낚시용품 노점을 하는 한 상인은 "관리가 전혀 안돼 직접 수레를 끌고 쓰레기를 모아온다'며 "일주일만 안 치우면 개판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근교의 주요 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도봉산과 북한산, 청계산을 직접 찾아가보니 곳곳의 나무 틈과 돌 틈에서 껌 종이와 이쑤시개,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쉽게 발견됐다.
해가 떨어질 무렵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이를 제지하는 관리요원들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성동구 옥수동에서 온 등산객 선병은(63) 씨는 "그 높은 곳까지 어떻게 데려왔는지 모르겠지만 개나 고양이를 자주 보게 된다"며 "배설물을 아무 곳에나 싸는 광경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지정된 등산로를 외면한 채 수풀을 뚫고 산을 오르거나,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려 머리를 감는 등산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현행 자연공원법은 북한산 같은 국립공원의 경우 산에 반려동물을 데려오거나, 지정된 산길을 벗어나는 등 금지 행위를 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돼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특히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지난 2007년 5월부터 국립공원의 쓰레기통을 완전히 없애고 스스로 가져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통이 없어지다보니 투기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졌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도봉분소 관계자는 "쓰레기통이 왜 없냐고 항의하는 등산객도 많다"며 "쓰레기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두는 경우도 많아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가족들과 함께 대자연을 찾아나서는 '아웃도어 열풍'이 오히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산하(山河)에는 '역풍'으로 다가오고 있는 형편이다.
201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