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사무소 '한 지붕 두 살림'…부처간 알력에 '유탄'

 

“어디로 가야 돼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건물에 들어선 민원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

7층짜리 건물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가 동시에 쓰면서 생긴 현상이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관악구, 광진구 등 9개 구와 경기 안양시 등 4개 시를 관리한다. 현재 해당 건물의 1, 4, 6, 7층과 신관 2층을 사용하고 있다.

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서구, 구로구 등 7개 구와 경기도 광명시를 관할하는데 같은 건물 2, 3, 5층을 쓰고 있다.

 

서로 다른 관할 지역을 가진 두 개 사무소가 같은 건물을 쓰고 있으니 찾아오는 민원인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내요원들도 민원인들에게 일일이 “주소지가 어디냐”고 묻거나, ‘주소지’란 말을 빨리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겐 “사시는 곳이 어디냐”고 다시 물어야 하는 고충을 감내하고 있다.

건물 2층 남부사무소 대기실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1층에 가서 번호표 뽑아 기다리다가 여기가 아니라고 해서 2층으로 올라왔다”며 “매번 여기 와서 볼일 봤기 때문에 당연히 1층인 줄 알았는데 나뉘어져 있어서 헷갈렸다”고 불평했다.

특히 한국어가 어눌한 외국인들에겐 주소지별로 서로 다른 관할의 사무소를 찾는 게 난관으로 다가온다.

중국에서 온 40대 남성은 “별관하고 본관이 나뉘어 있어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며 "몇 년만에 와도 그런데 처음 온 사람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색하고도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건 이달초부터.

지난달 12일 입법예고된 법무부의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령안'에 따르면 해당 건물을 쓰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하게 돼있다.

또 새로 신설된 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가 해당 건물을 쓰게 돼있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과천 이전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법무부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사이트 알림 게시판에 '7월 1일부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서울 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가 당분간 목동에 위치한 사무소에서 동시에 업무를 보고 있으니 착오 없길 바란다'는 공지를 띄워놓고 안내 요원까지 별도로 배치했다.

일각에선 이런 ‘한 지붕 두 사무소’를 불러온 배경에 정부 부처간 알력 다툼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도 빠른 이전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면서도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선 즉답을 꺼렸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다른 부처 이전 계획과 맞물려 지연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직 이전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사 이전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천청사에 임시 배치되는 문제와 관련돼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출입국사무소 이전 시기에 대해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으며 하반기쯤 이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출입국 사무소 이전 계획이 입법 예고된 이후 조율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점에서 상급 부처인 법무부와 담당 부처인 안전행정부, 또 미래창조과학부도 비판을 면하긴 어렵게 됐다.

 

 

201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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