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는 '이상한 ATM녀'란 제목의 사진 한 장이 떠돌았다.
사진에는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올라앉아 유유히 에어컨 찬 바람을 즐기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심야에 텅빈 ATM코너에서 헛도는 에어컨들을 감안하면, 이 여성이 벌인 일은 차라리 '실용적'이다.
지난 24일 새벽, 서울 한 주택가에 설치돼있는 모 시중은행의 24시간 ATM 코너.
인적이 끊긴 시간대인데도 내부에 에어컨이 켜져있다 못해,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서늘했다. 취재진이 온도를 재어보니 24.5℃를 가리켰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전력난에 대비해 학교나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냉방 설정 온도를 26℃로 제한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절전 사각지대'인 셈이다.
일반 자동화코너는 고객 이용이 드문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문을 닫으므로, 심야나 새벽시간대엔 냉방도 가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는 '24시간 코너'로 분류돼있어 심야나 새벽도 영업시간대로 간주, 사실상 '헛냉방'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통상 운영 시간에 따라 냉방기를 가동하기 때문에 24시간 ATM코너라면 기본적으로 24시간 가동하는 게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점포별 운영 시간에 맞게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부 지침에 따라 26℃로 냉방 온도를 설정하고 있다"면서도 "고객들의 민원이 잦으면 부득이하게 해당 점포가 개별적으로 설정 온도를 낮출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보통 24시간 ATM코너에서 2㎾ 소비전력을 갖춘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8시간 동안 소모되는 전력량은 최소 3.2kWh에 이른다.
공중전화 부스 크기인 ATM코너 세 군데서 심야에 헛도는 냉방 전력량만도 10kWh에 달한다는 얘기다. 한 가족 네 명 식구가 하루 종일 사용하는 생활 전력량과도 맞먹는 규모다.
전국에 분포한 국내 7개 시중은행의 ATM코너는 대략 3만여 개가 넘는다. 이 중 24시간 코너는 수천여 곳에 이른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용 빈도가 낮은 ATM코너는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라 해도 상황에 맞게 냉방기를 끄는 게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