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총선을 엿새 앞두고 '여(女)기자 성희롱 모욕' 논란에 휘말렸다.
정몽준 후보는 2일 오후 사당4동에서 거리 유세를 마친 뒤 MBC 보도국 김 모 기자와 짤막한 인터뷰를 가졌다.
김 기자는 이날 정몽준 후보에게 최근 CBS의 보도로 해당 지역구의 핵심 논쟁거리로 떠오른 이른바 '뉴타운 개발 거짓말 논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 기자는 "오세훈 시장은 사당 뉴타운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 후보는 약속을 받았다고 하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후보는 "다음에 하자"며 말을 끊은 뒤 느닷없이 30대 중반인 김 기자의 볼을 만지듯이 손으로 두 번 툭툭 쳤다.
김 기자는 황당해 하며 "지금 성희롱하신 것이다"라고 즉각 항의했고 정 후보도 이같은 반응에 순간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정 후보는 곧바로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여긴 주변 참모들의 호위하에 황급히 승용차에 탄 채, 사과 한마디 없이 유세장을 빠져나갔다.
현행법상 '성희롱' 판단 기준은 철저히 피해자의 관점을 따르게 돼 있으며, 특히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한 경우엔 더욱 명확해진다.
실제로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여기자가 그 상황을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정몽준 후보측 홍윤오 공보 특보 역시 "나중에 그 얘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아 상황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기자가 속한 MBC 담당 부서는 '사건' 발생 직후 당시 상황을 보고받고 긴급 심야 대책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인터뷰 도중 발생한 상황이어서 동영상이 고스란히 확보돼 있는 만큼, 이를 공개할 지를 놓고도 논의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그러나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3일 보도본부장 등 보도국 간부들이 참여하는 고위급 대책 회의를 통해 최종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MBC가 일단 판단을 유보한 데에는 자칫 코앞에 다가온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몽준 후보의 상대가 자사 출신인 정동영 후보라는 점 때문에 생길 지 모를 '정치적 오해'도 상당히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C 보도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밤 "정몽준 의원이 얼굴을 만진 것에 대해 김 기자가 성희롱이라며 항의했다는 사실을 담당 부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건 직후 정 의원측에서 해당 기자와 MBC에 사과한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정 의원 본인이 사과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몽준 후보의 부인 김영명씨가 대신 사과하러 여의도 MBC 사옥을 방문했지만, 해당 기자와 MBC는 정 후보 본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BS는 이날 심야 대책 회의 직후 당사자인 김 기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김 기자는 아직 회사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취재에는 응하지 않았다.
2008-04-03 오전 12:0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