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제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이 이번에는 교수 채용을 둘러싸고 의혹에 휩싸였다.
성악과 교수 공채 과정에서 '물밑 내정자 밀어주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서울대학교 등에 따르면, 음대는 지난 4월말부터 성악과 교수 신규 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총 7명의 지원자 가운데 A 씨를 제외한 6명이 1단계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무더기 탈락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수공채 심사규정에는 1단계에서 임용 예정 인원이 1명인 경우 3배수, 2명 이상인 경우엔 2배수나 3배수의 '면접 심사 대상자'를 선발하게 돼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2단계 면접 심사에 단독 후보를 올린 셈이다.
또 규정에는 총괄연구업적 심사시 5인의 심사위원을 위촉하게 돼있지만, 이번에는 규정을 어기며 성악과 전임교수 6명이 모두 참여해 평가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음대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1차 및 2차 심사에는 전임교수 6명이 모두 평가에 참여했다"고 확인했다.
특히 A 씨가 단독 후보로 올라온 2차 심사에서도 심사위원 가운데 다수인 4명이 만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심사위원 다수가 만점을 주고, 한 명이 아닌 소수가 0점을 줬다"면서도 "일상적인 의견 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규정 위반 여부뿐이 아니다. A 씨의 학위 자격 여부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교내 관련 규정에는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박사학위에 상응하는 자격을 인정받거나, 박사학위에 준하는 업적이 있는 자'로 명시돼있다.
문제의 A 씨는 이번 공채 과정에서 정규 4년제 대학교 졸업장과 미국 아카데미에서 받은 수료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카데미 수료증은 단순히 학원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걸 알려주는 수준에 불과해, 석사나 이에 준하는 학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음악 학계의 중론이다.
음악 학계 한 관계자는 "서울대 음대는 전임교수가 아닌 강사도 박사 학위가 기본"이라며 "근데 전임교수가 석사 학위도 없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대 측도 내부 논란이 일자 해당 아카데미에 문의했지만, "석사학위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없고, 동등시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위 인증 기관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이를 확인했다.
따라서 음대 인사위원회의 '지원자격 충족' 검증 단계에서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았어야 하지만, 인사위는 "박사 학위에 준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A 씨는 해당 아카데미에서 4년간 1800시간을 훈련 받았다"며 "이 정도면 박사에 준하는 경력으로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단독 후보가 된 A 씨의 최종 임용 여부를 심사중인 서울대 음대 측은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음대 한 관계자는 "지금 한창 진행중인 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며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며, 내부적으로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서울대학교 측도 "음대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중"이라며 "현재로선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보이지만 다음주 있을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수 채용 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국내 최고 음대'에 걸맞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게 됐다.
앞서 서울대 성악과는 지난 2011년에도 김인혜 교수의 제자 폭행 의혹으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서울대는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교수를 파면했으며, 이에 반발한 김 교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