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은정(32) 씨는 지난 주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다.
웹서핑하던 중 우연히 '무제한 영화 감상'을 내세운 A 사이트의 알림창이 떴고, 사이트를 둘러보기 위해 일단 회원가입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만 9800원이 휴대폰 소액 결제됐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당황한 김 씨는 결제 취소를 요청하기 위해 A 사이트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해당 기능이나 안내는 그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주말 내내 냉가슴을 앓던 김 씨는 월요일 오전 10시 A 사이트의 콜센터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연락했다. 1시간 30분가량 지났을까. 수십 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겨우 상담원과 연결됐다.
김 씨는 "겨우 결제를 취소하긴 했지만 찜찜한 기분은 떨쳐내기 힘들다"며 "만약 상담사와 연락이 안됐다면 매월 앉아서 1만 9800원씩을 날렸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A 사이트처럼 '유료 결제'임을 명시하지 않은 채 가입을 유도한 뒤 몰래 돈을 빼내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무제한 영화 감상'이란 키워드로 소비자들을 유인한 뒤, 휴대폰 소액결제를 하도록 만드는 게 특징이다.
로그인을 누르면 바로 회원가입 페이지가 열리는데, 여기에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게 돼 있다. 이를 입력한 뒤 '다음'을 누르면 나오는 인증 화면에서 휴대폰으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곧바로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특히 결제 당사자가 '결제 취소'를 요청하지 않으면, 결제가 자동으로 연장돼 매월 돈이 빠져나가게 돼있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이들 사이트는 '결제 취소' 기능도 따로 만들어놓지 않는다. '고객센터에 전화해 상담사에게 요청하라'는 짧은 글이 전부이지만, 김 씨가 그러했듯 통화하기 역시 '하늘의 별 따기'다.
김 씨는 "1시간 37분 만에 어렵사리 연결됐다"며 "상담사는 이런 요청이 익숙한 듯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결제를 취소해주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시 휴대폰 인증을 하게 만드는 사이트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피싱 사기'로 분류되지도 않는다'며 "해당 사이트의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피해를 당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201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