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승차거부 등 불법행위시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택시지원법'을 이달중 발의할 예정이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매일 밤마다 주요 도심에서 단속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불법행위 순간을 포착하기 힘들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자정무렵 취재진이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앞. 이맘때면 언제나 그렇듯, 대로 전체가 늘어선 택시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형광띠를 두른 서울시 소속 단속반원 4명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잠시뒤 지하철 막차가 종점에 도착하자, 택시기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출구로 밀려나오자 "용인~ 용인~", "인천 가요, 한 분 더 모셔요" 외치는 소리로 북적댔다.
취재진이 승객을 가장해 신도림에서 7000원가량 나오는 목적지에 가자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장거리 합승밖에 안 간다. 두당 2만원 내고 갈 게 아니면 다른 택시를 알아보라"였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아예 지하철 역사 안에까지 들어가 요란스레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단속반원이 없는 8차선 건너편 도로에는 경기도 택시들이 빈차표시등과 시동을 끈 채 줄지어 서있었다. 택시를 잡으려 두리번대는 승객들과의 흥정이 이뤄졌다.
인천에 사는 정모(23) 씨는 혼자서 택시를 타려다 결국 흥정에 밀렸다. 택시 기사는 "혼자 타려면 4만 5000원, 3명이 합승하면 3만 원씩 내라"고 했다.
정 씨는 "합승 아니면 집에 갈 방법도 없고, 나눠내면 가격도 조금 낮아지니 어쩔 수 없이 합승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정 씨는 인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찾으러 자리를 떠났다.
단속반원들과 택시의 눈치 작전은 지하철 막차 '피크타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경기도 금정에 사는 강수지(20) 씨는 이날 흥정에 실패, 택시 잡을 생각을 접었다. 대신 집 근처 친구가 차를 몰고 데리러 오는 동안 근처 공원 의자에 주저앉았다.
강 씨는 "얼마전 사당역에선 운좋게 혼자 택시를 탔는데, 중간에 양해도 없이 다른 승객을 합승시키더라"며 "기분도 나쁘고 무서웠다"고 했다.
사당역의 경우 지난달말 합승 승객을 서로 데려가겠다고 택시 기사들끼리 다투다 칼부림까지 벌어진 곳이다. 고질적 불법행위가 치안까지 위협하는 수준이 된 것.
현재 서울시는 평일마다 서너 명을 한 조로 주요 거점 지역에 단속반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현장에서 뛰어다녀도 슬그머니 불법행위를 하는 택시를 모두 적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날 만난 한 단속반원은 "몇 시간 단속해봐야 한 건 잡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택시에 탔던 승객이 기사에게 거절당해 하차하는 순간을 포착하지 않는 한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택시가 실제로 승객을 태워 출발하는 데 성공하지 않는 한, 합승을 이유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한 지역 택시들은 본거지로 '귀로 영업'이 보장돼 있어, 공공연하게 호객행위나 승차거부를 해도 묵인되는 실정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하루 중 가장 큰 대목을 노리고 몰려드는 기사들을 무슨 수로 다 막겠느냐"며 "심야 셔틀버스나 야간 전용 택시 등의 대안을 고려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게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적발된 승차거부 건수는 5849건이나 된다. 불법행위가 얼마나 공공연하고 광범위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다보니 시민들은 오늘도 강남역과 종로 등 도심 대부분의 밤 거리에서 '택시와의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