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재고도 없는데…에어컨 주문만 받고 '모르쇠'

 

 

 

"[XXXXXXX에어컨] 주문 완료하신 상품의 품절 안내로 인해 문자드립니다. 주문 주신 제품은 2012년 시즌 마감 제품으로 더이상 입고가 되지 않는다는 본사 통보를 받아 부득이하게 판매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31) 씨는 최근 황당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조만간 에어컨 설치를 해주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까지 해준 업체로부터 돌연 제품이 없어 배송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 김 씨가 온라인 결제를 마친 뒤 열흘 넘게 지난 시점이었다.

그사이 38만 원가량이던 해당 모델의 에어컨 가격은 45만 원까지 치솟았다. 다른 모델의 에어컨들도 10만 원가량 오른 상황이어서, 김 씨의 짜증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까지 겹쳐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피해는 비단 김 씨만 겪은 게 아니다. 같은 시기 해당 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배송 불가' 문자를 통보 받은 소비자는 줄잡아 100명을 넘어선다.

한 번 이런 일을 겪은 소비자들은 다시 에어컨을 주문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김 씨는 "며칠을 검색해 신중하게 결제했는데 반복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배송을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해당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본사 품절 통보'를 배송 불가 사유로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에 문의해보니, 해당 에어컨 제품은 올해 1월 이미 단종된 상태였다.

해당 제조사 관계자는 "유통업자들이 비성수기에 에어컨을 대량으로 싸게 매입한 뒤 여기에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게 보통"이라며 "성수기에 가격이 치솟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해당 유통업체는 홈페이지에 '소비자가 일정을 변경할 경우 연기비용을 청구한다'고 해놨을 뿐, 정작 자신들이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했을 경우에 대한 보상대책은 전혀 담아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통보 지연에 따른 이자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 15조는 '통신판매업자가 청약을 받은 재화 등을 공급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 사유를 소비자에게 지체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업일 기준 3일 안에 통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엔 제품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이자를 소비자에게 보상해야 한다.

보상을 받으려면 이러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자나 통화 내용을 확보한 뒤 공정위 지역 사무소에 신고하면 된다.

공정위 이숭규 전자거래팀장은 "신고가 접수되면 근거 자료를 토대로 위반 여부를 판단, 곧바로 후속 조치가 진행된다"며 소비자들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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