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기업이 '경제민주화'라는 정부 방침을 무시한 채 LED 조명 시장에서 여전히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ED 조명은 지난 2011년 총리실 산하 동반성장위원회가 영세업체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 대기업의 진입을 금지한 업종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4년째 LED 조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3) 씨는 '경제 민주화'로 시끄러운 요즘도 시름이 깊다. LED 조명 시장에서 손을 떼지 않는 일부 대기업의 행태 때문이다.
김 씨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일부 대기업들은 계속 LED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않은 채 알게 모르게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지도나 단가에서 대기업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들로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고 일어나면 LED 중소업체 한두 곳씩 사라지는 수준"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LED 조명은 소비전력 대비 효율이 높고 수명도 긴 데다 친환경적이어서, 대기업들도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여온 사업이긴 하다.
하지만 최종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빛의 색깔, 디자인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의 대기업보다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중소기업에 적합하단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1년 11월 LED 조명 제품 10가지 가운데 형광등이나 주차장에 설치하는 투광등 같은 7개 제품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선정 이전에 이미 LED 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에겐 철수나 확장 제재를 권고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이러한 권고가 무색할 정도다. 실제로 시중 전자 조명기기 대리점에는 대기업의 LED 조명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도 LG전자의 LED 형광등이나 투광등, 평판 등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대기업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도 많이 찾고 애프터서비스도 잘 된다"고 했다.
사정은 다른 대리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LED 제품은 현재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아무래도 지역 유통업체 등을 통하다 보니 관리가 100% 되진 않는 부분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기 이전에 풀렸던 재고 물품들이 아직 유통되고 있을 뿐이란 얘기인데, 일선 대리점 업주들의 설명은 사뭇 달랐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조명 대리점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다른 대기업 제품은 생산을 중단해 안 나온다"며 "하지만 LG전자 제품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명 대리점 관계자도 "LG전자는 여전히 주차장 투광등, 실내 평판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서도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시장 혼선만 가중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도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설령 LG전자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품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규제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씨는 "우리가 적발해서 동반성장위에 신고를 해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전화 한 통 하고 끝내는 수준"이라며 "정부에 뭘 기대하겠느냐"며 허탈해했다.
이러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적합업종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를 반기별로 취합,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시정 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201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