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LG상사, 헬기부품 수주 방해 의혹

 

 

LG상사가 산림청의 화재진압 헬기인 'KA-32' 부품 조달청 경쟁입찰에서 경쟁사인 중소기업에 낙찰을 내주고도, 최종 수주를 방해하려 시도한 문건을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했다.

최근 이른바 '슈퍼갑(甲)의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의 횡포가 또다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 대기업 경쟁 뚫고 조달청 낙찰 중소기업의 좌절

 

 

항공기 부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A 사는 최근 대기업과의 경쟁 끝에 정부 조달 사업을 낙찰했지만 수주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 23일 조달청이 산림청 산림항공본부가 수요기관인 '대형헬기(KA-32) 예비부속품 수리 및 오버홀' 경쟁입찰 공고를 냈고, A 사와 LG상사가 이에 참가했다.

러시아제 헬기인 'KA-32'는 주로 산불진화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 47대 가운데 30대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기종으로 손꼽힌다.

지난달 7일 개찰에서 A 사는 미화 664만 2150달러(한화 약 74억 원)를, LG상사는 723만 6124달러(한화 약 81억 원)를 써냈다. 이에 따라 7억 원을 적게 써낸 A 사가 낙찰에 성공했다.

A 사는 낙찰 뒤 산림청의 기술검토까지 통과, 공고 조건에 있는 '제작사 증명서' 제출만 남겨뒀다.

입찰 조건에는 이 제작사 증명서를 이 헬기의 제작과 설계를 각각 맡은 러시아 쿠마페(KumAPE) 사 및 카모프(KAMOV) 사 가운데 한 곳으로부터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규정돼있다.

하지만 이 제작사 증명서가 발목을 잡았다. A 사 대표는 지난달 15일 당초 증명서를 받기로 한 러시아 카모프 사에 방문했지만 "허위 문서를 제출한 업체에는 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돌연 발급을 거부당했다.

◈ 왜 중소기업은 '제작사 증명서'를 못 받았나


 

 

 

이 과정에는 지난 20년 동안 이 사업을 독점했던 LG상사의 석연치 않은 물밑 움직임이 있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LG상사의 공문(사진 2, 3)을 보면 '입찰 방해'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문으로 된 이 공문은 KA-32의 부품을 담당하는 HSC(Helicopter Service Company) 사를 수신으로, 제조를 담당하는 쿠마페 사, 그리고 A 사가 증명서를 받기로 한 설계를 담당한 카모프 사를 각각 참조로 해서 발송됐다. 이 세 회사는 러시아 국영기업으로 일종의 자회사 관계다.

LG상사는 공문에서 "놀랍게도 한국의 A 사라는 작은 회사가 카모프 사의 명의로 된 제작사 증명서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KA-32 사업은 LG상사를 통해 독점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카모프 사가 (과거에) 증명서를 발급하지도 않았으며 A 사에 제출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LG상사는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대한민국 조달청에 공식적인 설명을 요청한다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LG상사의 이 공문을 받은 카모프 사는 대한민국 조달청에 "A 사가 카모프 사 명의로 증명서를 제출했다고 하는데 올해 단 한 건도 품질증명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사진 4, 5)

다시 말해 카모프 사는 LG상사의 공문을 읽고는 A 사가 실제로 제출하지도 않았던 증명서를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인식, 조달청에 엉뚱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A 사 대표가 조달청에 제출할 증명서를 떼기 위해 러시아로 입국한 지난달 15일의 일이었다.

결국 A 사는 허위 증명서를 조달청에 제출했다는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증명서 발급에 실패한 셈이다.

◈ LG상사 "정상적인 영업활동일 뿐 수주방해 아냐"

이에 대해 LG상사 측은 해당 공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일 뿐 수주 방해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LG상사 관계자는 "'독점'이라는 문구는 독점 계약을 맺은 (수신처인) HSC를 향한 문구이지, 카모프사를 향한 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카모프 사를 수신에 넣은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을 HSC와 독점적으로 진행하면서 HSC와 자회사 관계이자 헬기 설계를 담당한 카모프 사와도 20년간 거래해왔다"고 했다.

"오래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혹시나 다른 업체와 사업을 하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지 압력은 아니었다"는 것.

수주 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LG상사는 증명서 발급 여부에 대한 압박을 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만약 카모프 사가 우리의 문의를 무시하고 해당 업체에 증명서를 발급했더라도 우리는 대응할 권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 팔짱 낀 조달청 "사기업 사이의 일"…중소기업은 '절망'

조달청은 이런 LG상사의 행위에 대해 '사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행위'라며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 발 뒤로 뺐다.

조달청 관계자는 "우리는 두 기업이 관련 서류 제출 등 규정에 맞게 입찰에 참여했는지를 확인하는 업무만 한다"면서 "불공정 행위 여부는 조달청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해외 업체도 연관된 부분이라 국내법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최종적으로 두 회사 사이의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만약 A 사가 규정된 기한 내에 제대로 된 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낙찰은 취소되고, 재입찰 공고를 통해 결과적으로 LG상사의 수의계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달청의 설명이다.

 

A 사 관계자는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가는 대기업의 '그들만의 리그'를 깨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면서 "대기업이 상생은커녕 중소기업의 설 자리를 밀어내는 현실에 절망한다"고 말했다.

만약 A 사의 우려대로 올해도 LG상사가 해당 사업을 따낸다면, 결과적으로 7억원가량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건 물론이다.

 

 

201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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