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미뤄진 'PC방 금연'…업주들 "눈가리고 아웅"

 

 

"금연구역을 제대로 분리해놓은 PC방 비율이 무려 98%에 이르는데, 왜 인정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범PC방생존권연대 관계자 김모(37) 씨의 얘기처럼, PC방 업주들의 반발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당초 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PC방 전면 금연구역 지정'을 6개월 뒤로 미뤘지만, "기간 연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업주들의 얘기다.

정부가 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은 PC방에서 흡연을 할 경우 흡연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업주에겐 170~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보건복지부는 다만 업계의 반발을 고려, 올해 연말까지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현장의 자구 노력은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임시 봉합책만 내밀고 있다는 것.

서울 성북구 한 PC방 업주 최모(39) 씨의 경우, 유리 칸막이와 별도의 출입구로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분리해놨다.

최 씨는 "지난 몇 년 동안 PC방 금연화 얘기가 나오면서 업주들도 자발적으로 노력했다"며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분리해 리모델링을 하고 환기 시설도 갖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또 다른 PC방 업주 홍모(42) 씨도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정부가 이렇게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밀어붙일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환기 시설과 청소 기준을 강화하거나, 청소년들이 없는 오후 10시 이후에만 흡연구역을 허용해주는 방식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업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전면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매출 폭락 가능성이다.

최 씨는 "주택가 PC방의 경우 밤새 흡연하며 게임하는 손님들이 주 고객"이라며 "매출이 최소 40%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C방 업주들을 더욱 어이없게 하는 건 '중구난방식' 정책 행보다. 지금까지 들인 돈만 해도 영세 사업장들을 휘청거리게 만든 수준이란 것이다.

성북구의 또 다른 PC방 업주 전모(59) 씨는 "처음엔 금연, 흡연 구역만 분리하면 된다고 해서 리모델링을 새로 했다"며 허탈해했다.

"나중엔 300~400만 원을 들여 흡연부스를 새로 만들었고, 소방설비 필증도 새로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더라"는 것.

양천구 PC방 업주 홍 씨도 "일단 흡연부스 설치하려 자리를 빼놨다가 법이 또 유예됐다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PC방 업주들이 금연에 반대하는 게 아닌데 '탁상공론' 뿐인 행정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과 지적에도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공중 시설에서의 간접흡연을 없애겠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PC방과 똑같은 규제 대상인 식당의 경우 이미 지난해말부터 법 적용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연장해준 것만도 PC방에 대한 특혜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계도기간이 끝나는 올 연말에도 '전면 금연구역' 본격 시행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201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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