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2억원. 천문학적 미납 추징금 외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둘러싼 '뜨거운 감자'는 또 있다. 바로 국립현충원 안장 여부다.
논란이 촉발된 건 지난 2011년 8월 안현태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 국립대전현충원에 기습 안장되면서다. 안 씨는 1961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하나회' 출신으로 85년 1월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3년 동안 경호실장을 지냈다.
특히 안 씨는 전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에 참여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공수여단장을 맡았다.
5공 비자금 중 280억 원의 조성에 관여하고 대기업에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5공 비리의 핵심이자 대표적인 '전두환 사람'인 그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에서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국립묘지 안장대상 심의위원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안현태 안장은 전두환의 국립묘지 안장을 위한 사전작업"
안 씨의 국립현충원 안장이 사회적 논란이 된 건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5·18단체들은 당시 "안씨의 국립묘지 안장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 국립묘지에 안장시키기 위한 5공 세력의 사전작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전 전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대통령을 지냈다고 하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외환죄, 살인죄 등의 중죄를 저지른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7 쿠데타를 주도한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1995년에 구속 기소돼 무기징역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문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7년 1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됐다는 점이다. 현행 국립묘지법은 사면·복권을 받은 경우에 국립묘지 안장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국가보훈처의 안장대상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얼마든지 전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 안장시킬 수 있는 허점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안 씨 역시 사면·복권과 심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당시 안장대상 심의위원회에 참여했다가 안장 결정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한 박복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이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법률상 허점 때문에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을 예우한다'고 의결해버리면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것. 그는 "안 씨 안장 때 그랬던 것처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5공 추종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 '전두환 안장 금지법'은 국회 계류중…"통과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막기 위해 국립묘지법 개정안, 일명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금지법'이 발의됐지만 1년째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내란죄 등을 저지른 사람은 사면·복권을 받았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논란도 있고 해서 이번 6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는 정부 주요인사와 보훈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념식이 열린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두 번의 군사반란을 주도하고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학살자'를 순국선열과 나란히 모시고 매년 기리는 게 과연 온당할까. 제58회 현충일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숙제임엔 분명하다.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