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 이어 업계 2위권인 한진택배도 일방적으로 배송 수수료를 깎거나, 이마저도 일년 넘게 지급하지 않는 등 대리점에 횡포를 부려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마디 상의없이 깎아…택배기사 월급 200만원가량 깎여
이정연(가명·45) 씨는 지난 2009년 12월부터 서울 구로구에서 딸과 함께 한진택배 대리점을 운영했다. 개인사업자인 이 씨는 한진택배와 '갑을 계약'을 맺었고 12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영업 초기엔 수익이 크지 않았지만 이 씨는 기존 거래처 외에 다른 거래처도 확장해가면서 사업을 넓혀나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업 8개월만에 한진택배 측은 한 상자당 택배 기사에게 돌아가는 '배송 수수료'를 삭감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850원이던 최저 배송 수수료를 50원 줄여 800원으로 내린 것. 단 한마디 상의도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 씨는 "액수로만 보면 겨우 50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 달 3만 개 넘는 배송 물량을 감안하면 월수입으로는 최대 200만 원이 깎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속했던 '대형 화주'는커녕 1년간 수수료조차 안 줘
'갑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 계약을 맺을 때 회사 측이 했던 '대형 화주 보장'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11번가나 GS홈쇼핑, 신세계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화물을 대줄 거란 기대가 산산조각난 것.
여기에 택배 기사들의 임금이나 마찬가지인 배송 수수료가 삭감되면서, 기사들도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했다.
더 이상 대리점을 운영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이 씨는 2010년 11월말 사측에 "1년 계약이 끝나는 대로 그만두겠다"고 통지했다.
하지만 한진택배 측은 "영업소를 인수할 사람을 찾을 때까지만 일해달라", "배송이 많아지는 설 연휴까지만 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자 "적임자가 생길 때까지 물건 분실 등의 문제가 생기면 모두 당신 책임"이라며 협박하고 나섰다는 게 이 씨의 얘기다.
◈모든 문제 떠넘겨 '가상 벌금'…수수료에서 고스란히 떼여
결국 이 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재계약 이후 1년간 거의 수수료를 받지 못했다.
이 씨가 영업을 그만둘 경우 생길 수 있는 배송 지연 등에 대한 벌금을 사측이 미리 계산, 수수료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재계약 직후 한 달만에 매겨진 벌금은 무려 8000만 원. 이 씨는 "벌금 내역이라도 보여달라"고 항의했지만 사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재계약 이후 1년간 받지 못한 수수료는 대략 2억여 원에 이른다. 수수료 체불은 곧 임금 체불로 이어지면서, 급기야 이 씨는 노동청에 신고됐다. 이를 해결하다 남은 건 결국 3억 원의 사채와 가압류 딱지뿐이었다.
이에 대해 한진택배 측은 "모든 책임은 이 씨에게 있으며, 오히려 회사 손해가 컸다"고 반박했다.
한진택배 한 관계자는 "우리가 굳이 수수료를 안 주면서 대리점주를 힘들게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 씨에 대한 소비자 항의가 많아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사측은 또 "이 사안은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때 회사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2013-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