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살이에요. '마음에 안 드니 그만 나와라' 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몇 시간 뒤 다른 차가 오겠죠."
어린이집 통학 차량을 운전하고 있는 김윤수(가명·75) 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직장 은퇴 이후 15년째 어린이 통학차량을 운전해왔지만, 그의 마지막 생계 수단인 승합차는 현행법상 불법인 이른바 '지입차'다.
대부분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의 차량으로 운영되면서 '노란차'로도 불리는 지입차량 운전자들이 퇴출 위기에 몰려 울상짓고 있다.
정부가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며 지난달초 내놓은 종합 대책 때문이다.
유상운송 허가 조건을 현행 26인승 승합차에서 9인승으로 확대하는 한편, 어린이집은 물론 학원과 체육시설도 의무적으로 통학차량을 정식 신고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미등록 지입차량을 고용할 경우, 앞으로는 시설 운영을 정지하거나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지입차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현재 어린이집과 학원 및 체육시설의 어린이 통학차량은 대략 6만 5000여 대가 운행 중으로, 이 가운데 3만 1000여 대는 미등록 차량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지입차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은퇴 이후 생계가 막막한 60세 이상의 장년층이나 노년층들이다.
하지만 통학차량 신고가 의무화되면 앞으로는 차량 명의를 어린이집이나 학원 원장에게 내줘야 할 판이다.
어린이집이나 학원들도 대부분 영세해서 따로 통학차량을 구입하기도, 이들을 기사로 정식 고용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두 곳에서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박모(63) 씨는 "우리를 정식으로 쓰려면 앞으로 4대 보험도 해줘야 하고 기름 값도 줘야 하는데 무조건 차량을 사서 등록하라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어린이용 안전벨트나 후방카메라 등을 모두 본인 부담으로 설치하게 한 것도 이들 노년층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통학차량 운전사 김모 씨는 "개당 6만 원인 아동용 안전벨트 10개 달고, 60만원짜리 경광등과 후사경, 후방 카메라까지 설치하니 2백만 원 넘게 들었다"고 했다.
김 씨는 "시설 한 곳당 월급은 100만 원도 채 안된다"며 "한 달 기름 값만 해도 25만~30만 원가량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제도권 밖에 있는 미등록 차량 때문에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안타깝긴 하지만 지입차량은 불법"이라며 "그 분들을 모두 챙길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영세 시설의 경우 일정 기간 신고 의무를 유예해줄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세 시설' 기준이 모호한 데다, 유예 기간이 지나면 결국 지입차량 운전자들은 벼랑 끝에 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다른 통학차량 운전사 손모(62) 씨는 "차라리 우리도 현실적으로 인정받고 정식으로 관리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한다"며 "지입이라 해서 전부 죽이려들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