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여대생 한모(24) 씨가 KTX 선로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던 노량진역.
그 2층에 있는 고객지원실을 28일 찾아가보니, 역내 14곳 상황을 담은 CCTV 화면이 3대의 모니터에 뿌려지고 있었다. 안전사고나 투신 시도 등 승강장의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역할이다.
만약 CCTV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했을 경우 승강장까지 달려가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전력질주로 시연해보니 2분가량 소요됐다.
고객지원실과 승강장까지의 거리는 250m 남짓, 36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승객들이 붐비는 시간대라면 시간은 더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모니터 요원이 CCTV로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 곧바로 달려가더라도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 종료'일 가능성이 높다. '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
승강장에 승객 안전을 책임질 적정 인원의 역무원이 배치돼있다면 신속한 연락을 통해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코레일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역에 8명가량 인력이 배치돼 승강장에도 직원이나 공익요원을 배치했었다"며 "하지만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한 역에 2명뿐"이라고 했다.
그나마 KTX 승강장 쪽에 CCTV가 설치된 역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 CCTV가 설치돼있다 하더라도 이를 모니터할 인원이 전무한 곳이 더 많은 현실이다.
코레일의 다른 관계자는 "CCTV란 게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조치를 위한 확인용 성격이 짙다"며 "인원도 적고 다른 잡무도 많아 일일이 CCTV 화면을 다 확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승강장에서 투신 시도를 비롯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직접 목격한 승객들이 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는 승강장에서 영업 중인 편의점 직원 등이 엉겁결에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편의점 한 관계자는 "승객들이 선로에 뭔가 떨어뜨렸을 때도 여기에 와서 묻곤 한다'며 "CCTV가 있으면 뭐하겠느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철도교통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이러한 '사후대응형' 위기관리시스템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왕종배 책임연구원은 "CCTV가 있다 해도 예방감지 측면에서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사람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국가 정책과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 당장은 목돈이 들어가는 것 같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 모두에서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에만 몰두하는 코레일식 경영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김동원 교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력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가 큰 경영 개선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외관상 재무가 좋아질 뿐,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역사내 관리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현재의 보안 시스템이라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김유성 교수는 "현재 역사에서 운영되는 CCTV는 단순 녹화용일 뿐, 모두 무용지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며 "절대 숫자도 적은 데다, 설치도 비효율적이어서 사각지대가 많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한 사람의 모니터 요원이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20분에 불과하다"며 "그 이후에는 감시 효과가 10%이하로 떨어진다는 통계도 나와있다"고 덧붙였다.
201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