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올해 초 출범하고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청와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도 대부분 새로운 정보로 개편됐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얼굴'이 될 정부 영문 홈페이지에 오·탈자는 물론 엉뚱한 단어를 사용한 사례가 적지 않아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부산시 명예통역관인 오용웅(72) 씨의 도움으로 주요 부처 영문 홈페이지를 검증해보니, 그야말로 셀 수 없는 오류들이 발견됐다.
일단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문명과 출신지가 국립국어원 로마자 표기법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프로필 등에서 영문명은 Park Geun-'H'ye와 Park Geun-'h'ye 두 가지로 혼용되고 있었다. (사진 2)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인명은 이름을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따라서 정확한 박 대통령의 영문 표현은 'Park Geun-hye'가 된다.
또 프로필에서 박 대통령의 출생지인 경상북도를 'North' Gyeongsang 'Province'라고 쓰고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Gyeongsangbuk-do다.
실제로 경상북도 영문 홈페이지에는 Gyeongsangbuk-do라고 표현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혼선을 줄 우려가 크다.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은 주소 자체를 잘못 쓰고 있어, 외국인이 엉뚱한 곳에 찾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서실은 현재 세종특별시로 옮겼지만 영문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주소로 기재돼 있는 상황이다. (사진 3)
역대 국무총리 안내 페이지에서도 41대 김황식 국무총리를 41'th'로 표현했다. 정확한 표현은 41'st'다. (사진 4)
이런 서수 오류는 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 프로필에서도 발견됐다.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3기인 조윤선 장관의 영문 프로필에서는 각각 33'th'와 23'th'로 적었다. 33'rd'와 23'rd'가 맞는 표현이다. (사진 5)
잘못된 영어 표현이 없을 것만 같은 외교부에서도 여지없이 오류는 발견됐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부'중앙'청사는 세종시가 생기면서 공식 명칭이 정부'서울'청사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영문 명칭도 Government Complex-'Seoul'로 변경돼야 하지만, 외교부 영문 약도에는 여전히 'Central' Government Complex로 써 있다. (사진 6)
외교부 건너편 건물이자 이정표인 정부서울청사의 표기가 잘못돼 있는 것이다.
이런 오류는 외교부뿐 아니라 국무총리비서실, 교육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수 많은 부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가 모인다는 기획재정부는 영문 약도에서 부처 이름 철자를 틀리는 실수를 범해 체면을 구겼다.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Ministry of St'a'rategy and Finance로 Strategy에 a를 추가하는 우를 범했다. (사진 7)
가장 황당한 오류는 서울 동작구청에서 발견됐다. 동작구청 영문홈페이지 인사말에서는 문충실 '구청장'을 문충실 '대통령'으로 썼다.
정확한 표현은 'Mayor' of Dongjak-gu지만, 'President' of Dongjak-gu로 표기한 것. (사진 1)
서울시 25개 구청 영문 홈페이지 가운데 21개 구청은 구청장을 Mayor로 표기하고, 강북구는 Chief of Director로 표기하고 있었지만 동작구만은 유독 'President'로 표현했다. 서대문구와 영등포구는 구청장 이름과 사진 자체가 게재돼 있지 않았다.
이 밖에 오류가 발견된 영문 홈페이지는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회 △대법원 △통일부 △감사원 △서울특별시청 등이다.
10여 년 전부터 부처 영문 홈페이지를 모니터링해온 오용웅 명예통역관은 "영문 홈페이지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오류가 잦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번 지적해도 바뀌질 않는다"며 허탈해했다.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