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이 넉 달째 표류하면서, 개인택시 기사들에겐 '퇴직금'이나 마찬가지인 면허 시세도 평소의 70% 수준으로 폭락했다.
면허가 거래되던 일명 '미터집'에도 발길이 뚝 끊어졌다. '미터집'은 택시 미터기나 결제 장비 등을 설치해주는 전문 수리 업체를 가리킨다.
평소 택시기사들의 사랑방 역할은 물론 개인택시 면허 거래도 이뤄지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래 자체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적어졌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미터집 주인은 "매매건수가 보통 한 달에 5건 정도는 됐는데, 가격이 떨어지고 나서는 두세 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제로 7천만원 수준이던 개인택시 면허 시세는 최근 들어 30%가 빠지면서 5천만원대로 폭락했다.
올해초 택시법 파동 이후 정부가 면허 거래를 제한하고 정년제 도입까지 거론하면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
서울 자동차매매센터 관계자 정모(73) 씨는 "내 돈 주고 내가 산 재산을 앞으로는 마음대로 사거나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는 소문이 도니까 면허 값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터집을 찾는 택시기사들도 행여 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택시기사는 "당장 돈이 급할 때도 마음대로 사고 팔지도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서울 시내만 4만 9천대 넘는 개인 택시. 대수를 줄이자는 데는 정부도, 택시업계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상태이다.
정년 도입을 놓고도 정부가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문제는 택시 감차 조건으로 제시한 보상금이다.
그동안 7000만 원가량의 면허 가격을 퇴직금처럼 여겨온 택시 기사들. 이들에게 정부가 제시한 1300만 원의 보상금은 간격이 커도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 택시 면허의 양도·양수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택시 업계가 '재산권 침해'라고 반대하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감차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201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