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출산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전시해 논란을 빚은 평화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기부금품을 불법 모금했다'는 한 우익단체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이 단체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안철수 국회의원도 같은 혐의로 고발한 바 있어, 수사가 확대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사단법인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평화박물관에 기부금품을 낸 회원 1800여 명과 비회원 160여 명 등 모두 2000여 명의 명부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지난해 11월 한 우익단체 대표 정모(66) 씨가 평화박물관 이사 1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정 씨는 당시 고발장에서 "현행법에 따른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사실이 없는 평화박물관이 정기회비나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2006년부터 무등록 불법모금을 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사건을 관할 경찰서에 보냈고, 이에 경찰은 고발인을 불러 조사하거나 박물관 측에 회원명부 제출을 요구하는 등 관련 혐의를 수사해왔다.
문제는 우익단체의 고발과 경찰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 비하 논란'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평화박물관은 지난해 11월 '유신 40년'을 주제로 미술 기획전을 진행했는데, 당시 박근혜 후보가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출산하는 모습을 묘사한 홍성담 화백의 '골든타임'은 모성 비하 및 정치적 논란을 불렀다.
정 씨는 검찰에 낸 고발장에도 "평화박물관은 최근 민중화가 홍성담의 엽기풍자화가 포함된 기획전을 전시해 세간에 물의를 일으킨 단체"라고 이를 명시했다.
이에 대해 평화박물관 측은 "우리는 평화박물관 건립이라는 목적사업을 위해 기획재정부에 등록된 지정기부금 단체"라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처럼 고발한 것 자체가 무고"라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또 경찰에 대해서도 "고발 사안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거나 고발자를 무고 혐의로 수사해야 하는데도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이번 평화박물관 압수수색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정 씨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임이사를 지낸 공익기부단체 아름다운재단ㆍ희망제작소를, 이어 지난해 3월엔 노무현재단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당한 지 1년 반이 지난 아름다운재단은 여전히 수사기관으로부터 소환 조사와 자료제출 요구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발 6개월 만에 평화박물관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나선 경찰이 노무현재단을 비롯한 다른 피고발인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