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공천갈등 봉합…'이면 합의' 있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박근혜 전 대표측이 24일 '최대 뇌관'이던 공천심사위 구성에 전격 합의한 데에는 △친박(親朴) 그룹의 자체 공천 보장 △당헌당규상 '살생부 조항' 무효화 등에 대한 양측 교감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밤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도부는 박 전 대표측 공천 희망자를 최대한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도부는 박 전 대표측이 '공천 희망자 83명' 가운데 자체적으로 30~40%를 교체해 추천안을 내면, 이를 공천에 반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과정에서 양측간 의견 조율을 위한 '핫라인'도 구성하기로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당 지도부는 특히 이른바 '살생부(殺生簿)의 잣대'로 불렸던 일부 당규 적용도 사실상 무효화하기로 했다.

논란이 돼온 조항은 당규상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3조 2항으로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 자격을 불허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9월 강재섭 대표가 주도해 이같은 조항을 포함시키자, 박 전 대표 측은 "K의원이나 S 전 의원 등 우리측 핵심을 겨냥한 것"이라며 내심 반발해왔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이날 CBS와의 통화에서 "공천심사위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오래 전 받은 벌금형이나 야당 시절 무리하게 핍박받은 사안 등은 예외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앞서 거론된 K의원은 지난 96년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S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강 대표는 특히 K의원 사례를 거론하며 "그런 것은 예외"라고 잘라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 역시 "공천심사위에서 논의할 일이며, 나는 노 코멘트"라는 말로 유연한 적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막판 난항을 겪던 공천심사위 구성은 지도부의 당초 원안대로 전격 확정됐다. 지도부는 이날 오후 총선기획단과 최고위원 회의를 잇따라 열어,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11명의 인선안을 확정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당내 인사 5명은 이방호 사무총장과 강창희 인재영입위원장, 김애실, 이종구, 임해규 의원이 선정됐다.

또 외부 인사로는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와 이은재 건국대 교수, 강정혜 서울시립대 교수, 양병민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 김영래 전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공동대표가 포함됐다.

극한으로 치닫던 내홍 사태도 전날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공정한 공천'에 합의한 지 하루만에 수습 국면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당내 인사 몫에 최소한 한 자리를 요구해온 박 전 대표 측은 사실상 '9대 2'로 편중된 지도부 원안을 전격 수용한 배경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을 주도한 김무성 최고위원은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을 만나 그동안 쌓였던 오해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물밑 합의 내용들은 정치 발전을 강조해온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평소 소신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008-01-24 오후 1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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