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구만 정상이란 법 있나요?"
대한민국이 핵가족 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1인 가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른바 '나노(nano) 가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최근 조사 시점인 2010년에 23.9%를 차지했다. 415만 3000가구나 되는 수치로, 오는 2035년엔 34.3%(762만 8000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혼자 가운데 독립해 혼자 사는 인구의 비율은 지난 40년간 2.3%에서 17%가량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반찬 함께 만들기' 등 일상 공유하는 모임도 늘어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다보니 이들끼리 일상을 공유하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주로 SNS 등에서 알게 된 이들은 같은 취미를 중심으로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회사원 김희연(27)) 씨의 경우 최근 시민단체 민중의집이 마련한 '독립생활자 반찬 만들기' 모임에 참석했다.
혼자서는 밥을 제대로 못 챙겨먹는 탓에,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끼리 모여 반찬을 같이 만들고 나눠 먹는 자리다.
김 씨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게 정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독립된 생활을 하는 1인 가구인만큼, 이런 모임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도움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4인 가구만 정상 가정' 편견은 여전…"다양한 형태 인정해야"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육아로 이뤄지는 4인 가정만을 '표준'으로 보는 편견은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말 성인 2000명에게 물어봤더니 "혼자 사는 것보다 가족과 사는 게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80%에 달했다.
반면 "미혼 남녀가 집에서 통근이나 통학할 수 있는 데도 독립해서 사는 것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5%에 달했다. 이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6%에 불과했다.
2년째 홀로 살면서 한 대학에서 강의중인 김진아(가명. 31) 씨는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엄마, 아빠, 아들, 딸로 이뤄진 4인 가족을 가리킨다"며 "하지만 1인 가구나 동거 가구, 이혼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고 강조했다.
◈ 1인가구가 4인가구 넘어섰는데…지원은 전무
그러나 이러한 바람과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 일단 독신자를 위한 임대주택 사업 같은 정부나 민간 차원의 지원이 사실상 전무하다.
서울 마포구 민중의집 정경섭 대표는 "사실상 1인 가구가 4인 가구 수를 초월했는데 여전히 제도나 인식은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 같은 제도에도 독신자 수요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1인 가구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적 지원과 함께 1인 가구들이 교류할 수 있는 모임도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1년 2개월째 '나홀로' 세계여행 중인 아시아계 미국인 미유키(24) 씨도 "전통적 가족이 아닌 '선택적 가족'으로도 얼마든지 둥지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