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한 8층 건물에서 모녀가 함께 뛰어내려 박모(42) 씨가 숨지고 딸 24살 김모 씨가 크게 다쳤다.
지난 4월 21일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30대 여성이 13개월과 생후 3주짜리 두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들의 원인은 모두 하나다. 바로 우울증 때문이다.
35년 동안 시장에서 매점을 운영했던 이모(61) 씨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갈 뻔했던 범인도 우울증이었다.
"35년을 장사했어요. 쉬지도 않고, 백화점도 가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가게 문을 닫으려니 열불이 터지는 거야".
이씨는 시장에 생긴 대형 마트 때문에 가게 문을 닫으면서 해서는 안 될 생각마저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산을 생전 처음 가봤어요. 뾰족한 바위가 있어서 똑 떨어져 죽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죽어야지 했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2년 우울증과 조울증 보험 청구 건수만도 458만 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포커스컴퍼니가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600명에게 물어보니 그 중 41%는 평소에도 우울증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특히 여성의 절반 이상인 51.3%가 평소에도 우울증의 문턱을 오가고 있어, 32.3%만 우울하다고 답한 남성들과 대조를 이뤘다.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41·여) 씨는 "여자라서 무시하거나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화가 나도 하소연도 못하고 혼자 삼켜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왜 이렇게 우울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국민을 짓누르는 '우울증'의 원인은 역시 '돈'이었다.
노점상을 하는 이모(70) 씨는 "답답하고 우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산다지만 너무 힘들다, 돈이 원수다"라고 울분을 삼켰다.
실제로 남녀 전체 응답자 가운데 16.3%가 돈이나 경제적 문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여성 가운데는 18.8%가 "돈 문제 때문에 우울하다"고 답했고, 가정사(6.5%)나 대인관계(5.2%) 등은 훨씬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남성들은 직장이나 업무(17.5%)를 일순위로 꼽았고, 일이 잘 안 풀릴 때(9.3%)나 현실 불만족(6.2%) 같은 직장 관련 원인을 주로 지목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모(49) 씨는 "택시는 수입이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고 전망도 없다"며 "성취감도 낮고 보람도 없어 왜 사나 싶다"고 털어놨다.
계속되는 경제불황과 쉴 틈 없이 강요받는 무한경쟁 속에서 우울증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각각 300명씩 600명에게 지난달 29~30일 '온라인 패널조사' 방식으로 시행됐으며, 신뢰 수준은 95%±4.00포인트다.
201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