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1위' 파리크라상, 매출기록 삭제 논란

 

 

 

국내 제과점업계 1위인 (주)파리크라상이 가맹점 세무조사를 앞두고 전산 DB에 보관중이던 POS시스템의 매출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측은 "실제 매출량과의 차이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기록을 임시 삭제했다"고 해명했지만, 가맹점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파리크라상 POS지원팀은 지난 2월 22일 오전 가맹점을 관리하는 영업부 직원인 SV(슈퍼바이저)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가맹점 세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경영층의 지시로 DB에 있는 매출데이터를 임시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POS(Point Of Salesㆍ판매시점 정보관리)는 금전등록기와 컴퓨터 단말기의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바코드리더를 통해 물품을 판매하면 판매정보가 즉시 중앙 컴퓨터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CBS가 단독 입수한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2월 22일부터 2012년 매출은 모두 삭제돼 조회할 수 없다"며 "세무조사 종료후 복구 예정이나, 정확한 일정은 아직 없다"고 돼있다.

특히 "점포 및 외부 안내가 필요할 경우 매출은 당월 포함 2개월치만 보관·조회되는 것으로 안내해주시면 된다"며 "세무조사로 인한 매출삭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메시지는 또 "점포의 불편함이 예상되지만, 영구적인 삭제가 아닌 점을 SV가 점포에 안내할 수 있도록 구두 전파해달라"고도 돼있다.

"본 메시지는 확인후 삭제하기 바란다"는 당부 내용 역시 두 차례나 담겨 있다.

CBS 취재 결과 파리크라상 측은 가맹점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문자메시지 내용처럼 POS시스템의 매출 기록을 삭제했다가 최근 복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리크라상 측은 이에 대해 "POS 데이터의 오류에 따른 가맹점 실매출과의 차이가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데이터가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맹점의 POS시스템은 마케팅 활용과 수요 예측 등 내부 편의를 위한 자료일 뿐, 가맹점주의 회계장부나 가맹본부와의 거래장부가 아니란 것이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현재 POS 데이터를 원래대로 복구했다"며 "필요하다면 세무당국에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IMG0]하지만 이러한 해명과 달리, 회사 측이 가맹점의 현금 매출을 고의 누락함으로써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공인회계사는 "문제는 'ERP와 POS가 정확히 일치하냐' 여부"라며 "그걸 확인하지 못하게 하려고 데이터를 삭제한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체 매출이 찍히는 POS와 달리, ERP에는 부가세나 법인세를 신고하는 수입금액만 기입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금 신고가 안 된 현금 매출을 감출 수 있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업 자원 관리'를 가리키는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는 회사의 회계ㆍ인사ㆍ재무 등 모든 자원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파리크라상도 ERP시스템을 통해 가맹점으로 출하되는 매출량을 관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파리크라상 측의 POS 데이터 삭제 행위가 현행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소지까지 있다는 점이다.

조세 포탈을 위한 증거인멸 목적으로 증빙서류를 파기 또는 은닉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POS 데이터가 필수장부가 맞다면 규정에 의해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파리크라상은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말 기준 158개 직영점과 3383개 가맹점을 거느린 국내 1위 제과점업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세무조사에서 매출 누락 및 감가상각비 부인 등과 관련, 59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바 있다.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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