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권익위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A(32· 여) 씨는 넉 달여만인 지난 2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권익위가 내년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A 씨도 해직 수순을 밟게 된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함께 일하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둔 정규직 청경 자리는 기간제 청원경찰이 채웠다.
인사 담당자는 A 씨의 항의에 "세종 청사는 특수경비원이 방호 업무를 맡기에 청원경찰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세종시에서 기간제 청경이나 특수경비원으로라도 일하려면 상관에게 잘 보여서 근무평가를 잘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A 씨는 "지난해 채용 공고 당시 세종시 이전에 따라 고용 상태에 변화가 있을 거란 얘기는 사전에 전혀 공지 받은 바 없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이성보 위원장 "문제 집착하면 정신병으로 번진다" 폭언
결국 A 씨는 청와대 신문고와 총리실 등에 탄원을 올렸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곳이 바로 권익위이지만, 이미 억울함을 만든 곳으로 바뀐 터였다.
탄원을 여러 군데 올리자, 요청해놨던 이성보 위원장의 면담도 지난달 10일 성사됐다. 하지만 마주 앉은 위원장에게서 나온 말은 귀를 의심하게 했다.
이 위원장은 "(사전 고지가) 명백히 안 된 것 같아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내년에 있을 일(고용 유지)을 지금 확답해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문제 하나에 집착해서 고민을 하면 결국 정신병으로 번진다"며 "그런 걸 스스로 콘트롤해야지"라고도 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나 대통령실에 글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인 신상을 위해서라도 성실히 근무하라"고 '충고'를 던졌다.
"저 사람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 어떻게든 같이 안 가려고 궁리할 것 아니냐"는 반문도 덧붙였다.
◈ CBS 입수 녹취에도 고스란히 담겨…이 위원장, 해명 요청에 '인터뷰 거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런 대화 내용은 CBS가 입수한 녹취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CBS는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A 씨는 "상관에게 잘 보이면 비정규직으로라도 고용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니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게 국민 권리 보호와 구제를 위한다는 권익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분개하면서도, 행여 불이익을 당할까 불안해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1956년생인 이 위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법고시 20기 출신으로,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를 거쳐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한 정통 법조인이다.
이명박 정부 막판인 지난해 12월 김영란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돼,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유임됐다.
2013-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