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됐던 이른바 '광우병 촛불'이 2일로 5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정권은 바뀌었지만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만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년간 안팎으로부터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자칫 현 정부에서도 이런 기류가 10년째 이어질 조짐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5년전의 '촛불'은 대한민국에 많은 걸 의미했다. 자신을 불살라 주위를 밝게 비추기에 '희생'을, 바람에 약하지만 여럿이 모여 온 세상을 채우기에 '결집'을, 어둠 속에서 새벽을 기다리기에 '희망'을 뜻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손에 들린 촛불은 일견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으로도 여겨졌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그것은 '착시'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2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못박았다. 이 조항이 바로 민주화의 요체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5년간 민주화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곳곳에서 탄압을 받았다. 일단 그 대척점엔 '입막음 소송'이 자리잡았다.
정부와 고위공직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전가의 보도'로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악용됐다.
무리한 기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미네르바 사건의 검찰,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건 국가정보원,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고소한 농림수산식품부가 대표적 사례다.
"국가기관이란 지위와 제도를 남용해 국민의 공공 참여를 위축시키려고 '입막음 소송'을 남발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년간 이뤄진 '표현의 자유' 억압은 UN 특별보고관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프랭크 라뤼 UN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을 방문해 조사한 뒤 쓴 '모든 인권과 발전권을 포함한 시민·정치·경제·문화적 권리의 증진과 보호' 보고서에서 "촛불 집회 이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국민이 내보일 경우 명예훼손 등 사법처리가 되는 사례가 있다"거나 "개인이 누릴 의사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
이러다보니 언론 자유도 급격히 악화됐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79개국 가운데 69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암울한 5년이 어찌됐든 지나갔지만 '표현의 자유'가 처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분위기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는 달리, 민주화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시도는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 22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황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판례에 따르면, 명백한 위협이 있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종북에까지 이르는 '안보 위해 사범'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명백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50년대 미국에선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원칙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황 장관이 '종북'을 언급하며 지목한 미국의 1950년대는 바야흐로 매카시즘이 횡행하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법치'를 강조하는 박근혜정부의 법무부 장관인 만큼, 정부가 시대착오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고려대 박경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은 웃자고 한 건데 칼을 든 검찰은 죽이겠다고 덤비는 식의 오버액션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도록 놔두는 제도와 실제 이를 남용하는 검찰이 폭발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제도 손질과 검찰 개혁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가 이명박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 두 가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도 "정책 비판과 직무상 잘못에 대한 지적에 대해 국가가 고소를 일삼아선 안된다"며 "이전 정부가 왜 불신을 받고 소통에 실패했는지 살펴보면 답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이 명시한 민주화 요체인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움직여야 국민 신뢰도, 소통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201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