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보름 넘도록…'미궁' 빠진 이 권총!

 

 

군과 경찰도 쓰지 않는 권총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민간인이 자살했지만, 사건 발생 보름여 지난 29일이 되도록 권총 입수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그동안 총기 문제만큼은 안전하다고 여겼던 대한민국이기에, 시민들의 불안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권총 자살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2일.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주인 오모(59)씨의 오른손에 들린 건 J-22 권총이었다.

 

22구경인 이 모델은 미국 제닝스사가 지난 1989년과 1990년, 단 2년만 제작했다. 길이는 2.5인치, 약 63.5mm로 탄창에 6발의 탄알이 들어가는 초소형 권총이다.

 

문제는 이 모델이 국내에는 정식으로 발 붙일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발견 당시 국군과 경찰도 곧바로 "해당 모델은 경찰과 군에서 사용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오 씨가 해당 권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관심이 증폭됐지만,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미국의 무기 제조업체 측에 협조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답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도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므로 입수 경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면서 "더 이상은 수사사항이니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총기류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수사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마포구 신정동에 사는 김정민(43) 씨는 "자꾸 총기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이 불안하다"며 "내 주위에서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총기사고가) 일어날 줄 모르지 않느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무기 전문가들은 해당 권총에 일련번호가 표기돼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밀수입 총기의 경우 대부분 일련번호가 지워져있는 만큼, 해당 권총은 정상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 씨 스스로 외국에서 직접 총기를 사왔거나, 누군가 정상적 경로를 통해 들여온 권총을 건네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대학교 한 교수는 "정상 제조된 총기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진다"며 "밀매 목적으로 제작된 총은 아예 처음부터 일련번호 없이 만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입수 경위 조사 과정에서 한계에 봉착한 경찰이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은근슬쩍 '영구미제'로 처리하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경찰측 말마따나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국민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킨 '총기 유통' 사건인만큼, 수사당국의 보다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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