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일해봐야 12만 원쯤 벌지만, 수수료에, 프로그램 사용료에, 적재물 보험료까지 업체에 내다 보면 손에 쥐는 건 7만 원도 안 된다".
매일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생존 전쟁'을 벌이는 퀵서비스 기사들. 하지만 이들을 더욱 심각하게 짓누르는 건 바로 돈의 싸움, '전쟁'(錢爭)이다.
어렵사리 번 돈의 절반 가까이는 각종 업체에 온갖 수수료로 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퀵 기사들이 공식적으로 수수료나 사용료를 내야 하는 업체만도 세 군데나 된다.
먼저 퀵기사들이 소속된 퀵서비스 업체는 주문 하나당 23%씩 수수료를 떼간다. 1만 원짜리 택배를 보내고 오면 7700원만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처음부터 업체 수수료가 23%나 됐던 건 아니다. 10~13%쯤 하던 게 야금야금 오르다가 어느새 현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퀵기사 이상호(37) 씨는 "원래 10%, 13% 하던 게 조금씩 오르더니 지금 23%까지 올라간 것"이라며 "왜 23%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업체가 내라니까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23%의 수수료에는 '퀵서비스 공유센터'에 주는 1%의 수수료도 포함돼있다. '오더'(주문)를 공유해 전화로 퀵기사들에게 알려주는 콜센터 역할을 하는 업체다.
퀵기사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퀵서비스 업체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자신들에게 떠넘겼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
또다른 퀵기사 이모(49) 씨는 "무슨 네트워크라는 연합회가 공유 수수료라며 1%를 떼가는데 이건 문제라고 본다"며 "옛날엔 협회비 명목으로 2만 원 정액만 받았다"고 했다.
이걸 정률로 바꿔놓으니 콜센터 업체만 매월 수천만 원, 연간 수억 원대의 이문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퀵기사들에게 주문을 공유하면서 돈을 떼가는 곳은 또 있다. 스마트폰에 주문 데이터를 날려주는 '프로그램 공급 업체' 역시 매월 1만 6500원의 사용료를 걷어간다.
전화로 주문 주는 곳 따로, 데이터로 주문 주는 곳 따로 돈을 떼가는 셈이다.
요금 구조나 운영 형태 모두 기이한 상황이지만, 퀵서비스업 자체가 '자유업'으로 지정돼있어 별다른 법적 제재가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퀵기사는 "수수료나 사용료가 너무 과하거나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23%의 수수료도 어떤 기준이나 규정 없이 임의로 정해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퀵기사들의 지갑을 가볍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출근비' 명목으로 하루 1000원씩 추가 수수료를 떼는 업체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퀵서비스노동조합 김현 사무총장은 "비 오는 날엔 기사들이 안 나와서 '오더' 처리가 안 된다며, 업주들이 따로 떼는 게 바로 출근비"라며 "출근했다고 돈을 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마저도 출근을 했든 안 했든 모든 소속 퀵기사들에게 일괄적으로 떼간다는 것이다. 출근한다고 돈을 떼는 것도 황당한데, 출근하지 않았을 때도 출근비를 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단 얘기다.
공유센터가 퀵기사들에게 요구하는 매월 1만 원가량의 '적재물 보험료'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김 사무총장은 "퀵기사들은 콜 주문뿐 아니라 프로그램 업체를 통해 들어온 다른 업체의 주문도 처리한다"며 "따라서 적재물 보험료는 퀵서비스 업체와 공유센터가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업체들이 이런 요구를 외면하다 보니, 손해는 고스란히 퀵기사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퀵기사가 월 100만 원을 벌었더라도 수수료 23만 원과 프로그램 사용료 1만 6500원, 적재보험료 1만 원, 여기에 한 달 출근비 3만 원까지 떼고 나면 나머지 70만 원만 손에 쥐게 되는 구조다.
게다가 오토바이 운행에 드는 주유비와 수리비, 최소한의 식비까지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절반도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참다 못한 퀵기사들은 최근 '전국 퀵서비스 라이더 연합회'를 발족하고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퀵서비스 노조도 수수료 인하 운동을 한층 강화할 태세다.
하지만 머리 싸매고 이런 현실을 바꾸기엔 당장 하루하루가 빠듯한 그들이다.
퀵기사 이상호 씨는 "하루 15만원쯤 찍으려면 아침 7시부터 저녁 7씨까지 최소 12시간은 일해야 한다"며 "비라도 자주 오고 하면 어느새 통장 잔고는 텅텅 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201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