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평가 인증제가 '무늬만 인증'이란 비판 도마에 오른 가운데, 인증만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신종 아르바이트까지 성행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점검보다는 복잡한 서류 심사로 인증 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파고든 것.
실제로 17일 한 어린이집 관련 사이트에는 "평가 인증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대신 작성해드린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서류 하나당 대행료는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15만 원에 이른다. 어린이집 운영 안내 책자부터 원생 오리엔테이션 서류, 실습생과 조리사 등에 관한 서류까지 인증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도맡아준다.
심지어는 교사 회의록과 행사 일지, 교사 연수 대장 같은 중요자료까지 대신 작성해주는 경우도 있다.
인증 서류를 대행해준다는 한 어린이집 교사는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는 6월로 인증 과정을 마치는 몇몇 어린이집들 경우엔 100만 원을 받고 대부분의 서류를 대신 작성해줬다"고 했다.
아파트 등에 소규모로 운영하는 '가정 어린이집'들의 경우 인증 서류 전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증 서류를 맡겨 평가 인증을 받아낸 어린이집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내야 할 서류가 복잡한 데다, 명확한 지침도 없다보니 돈을 주고라도 대행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점수로 인증을 통과한 다른 어린이집의 서류를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은평구 C어린이집 원장은 "한 어린이집에서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하면 그 어린이집이 낸 서류를 몽땅 그대로 따라하는 식"이라며 "명확한 답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잘했다고 평가가 나온 서류를 여기저기 다니면 챙기다보면 교사들은 지칠 대로 지친다"며 행정당국을 질타했다.
그나마 대행 알바까지 고용해 급조한 서류 내용 그대로 운영에 적용한다면 다행일 터. 하지만 그런 어린이집은 사실상 전무하다.
동작구 D어린이집 원장은 "서류상의 계획에 맞춰 운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어린 아이들이 계획표대로 일과를 보내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원장은 "아이가 아파서 누워 하루종일 잠만 잤더라도 보육일지에는 그렇게 쓸 수 있겠느냐"며 "뭔가 수업했다는 걸 보여줘야 되니까 허구로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보육시설의 품질을 높이겠다며 도입된 제도가 거짓 서류만 잔뜩 쌓이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 돌보기도 바쁜 보육교사들 역시 엄청난 분량의 서류 작업에 치이다 보면 참다 참다 못해 그만두는 경우 역시 잦다.
강남구 A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들이 근무하는 시간은 보통 10시간"이라며 "평가 인증을 한다고 하면 교사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마포구 A어린이집 원장도 "평가 인증을 한다고 얘기하면 교사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며칠씩 밤을 새야 하니 엄청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
서울 시내 또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기본 보육료 빼고, 뭐 빼고 하면 특별한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규제만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201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