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세요. 남편 병신 되면 우리 가족은 모두 끝이에요".
베니스가 황금사자를 안긴 영화 '피에타'는 불법 대부업체나 사채 빚에 내몰린 대한민국 서민들의 지옥같은 삶을 보여준다.
소득이 낮아서, 신용이 낮아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생사의 문턱에 선 우리 이웃들이다.
하지만 정부가 25일 확정해 발표한 국민행복기금은 이들의 어려운 삶과는 무관해 보인다.
오는 29일 공식 출범할 '국민행복기금'의 수혜 대상자는 대략 33만명이다. 지난 2월말 기준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을 받아 6개월 이상 연체중인 사람들이다.
정부는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에 연체 채무가 있는 134만명 가운데 약 59만 5천명의 연체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16만 5천명, 비은행이 39만 9천명, 대부업이 3만 1천명 규모다.
이 가운데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는 사람은 약 21만 2천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 채무자는 5만 9천명, 비은행권 채무자 14만 2천명, 대부업 채무자는 1만 1천명쯤 된다.
수혜 대상자 가운데 대부업계 빚을 진 사람은 3%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 채무자로만 제한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지원에서 미등록 대부업체나 사채 채무자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또 △담보대출 채무자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이미 신청해 진행중인 채무자도 제외된다.
국내 1만 2천여 곳 등록 대부업체 가운데 이번에 채무조정 협약을 맺은 곳은 54곳에 불과하다.
신용 회복을 돕겠다는 국민행복기금이지만, 정말 신용이 낮아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다는 걸 뜻한다.
특히 폐해가 심각한 불법 대부업 문제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 대상'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정작 그 피해를 입은 서민들을 위한 이렇다 할 구제책은 보이질 않는다.
지원 대상도, 규모도 당초 공약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국민행복기금.
달콤한 약속에 흔들렸던 322만명의 표심은 씁쓸함 한번이면 그만이지만,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