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 민주화'의 실체가 인수위원회 본격 가동과 함께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방점은 '분배'나 '복지'보다 '성장'에 찍혔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 운영의 양대 중심축으로 '국민 안전'과 함께 '경제 부흥'을 내건 게 대표적이다.
특히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이란 표현까지 동원된 '경제 부흥'의 주요 수혜자는 중소기업이 될 전망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이현재 의원은 8일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라며 "경제 구조가 튼튼해져서 중소기업이 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점검하겠다는 얘기다.
11일부터 시작될 정부 업무보고의 우선순위를 국방부와 함께 중소기업청에 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당선인은 전날 인수위 전체회의를 처음 주재한 자리에서도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당선 직후에도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았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처럼 '성장'에 주력하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 민주화'의 사활을 걸겠다는 것.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 줬으면 좋겠다"는 박 당선인의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5년 전 MB인수위의 화두가 규제 개혁을 위한 '전봇대 뽑기'였다면, 이번엔 '손톱끝 가시 뽑기'가 핵심 의제로 떠오른 셈이다.
인수위는 대기업의 영역 침범이나 고질적인 악덕 행위엔 '채찍'을, 반면 중견기업엔 '당근'을 제시하는 방안을 골격으로 중소기업 진흥책 마련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의 침범을 억제하는 한편, 불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깎는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에도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겠다는 것.
현행법은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유용했을 경우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이미 국회엔 징벌적 손해배상을 3~10배로 매기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7건 발의돼있고, 이 가운데 2건은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과 이현재 간사가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하도급 대금을 구두로만 약속하거나 부당하게 정하는 경우 △부당하게 반품하거나 인력을 빼가는 경우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 혜택 부여 등 중견기업에 대한 '당근' 제시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발적 발전을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소기업청장 출신이기도 한 이현재 간사는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가지 않으려는 게 지금까지의 분위기"라며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세제 지원이 끊겨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회의 사다리'는 복원하겠다는 게 인수위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유예기간을 둔 뒤 단계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 또는 중소기업의 3분의1 이상 혜택을 주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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