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영포빌딩, BBK 이은 '태풍 진원지' 되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대통합민주신당의 검증 공세가 '서민 밀착형'으로 급속히 집중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 후보 소유 건물인 서초동 영포빌딩과 양재동 영일빌딩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신당 의원들의 주된 '과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폭발력'에도 불구하고 내용 자체가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BBK 주가조작 사건과는 달리, 이 후보의 '1만 3천원 건강보험료'와 함께 유권자에게 쉽게 흡수될 만한 '보편적 소재'라는 판단에서다.

◆신당 "위장취업-탈세의 진원지"=신당측은 먼저 이명박 후보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이자, 해당 건물들의 관리업체인 대명통상(영일빌딩 담당)과 대명기업(영포빌딩 담당)을 통해 조세 포탈을 했다며 집중 포화를 가하고 있다.

이 후보가 두 자녀는 물론, 자신의 운전 기사와 부인 김윤옥씨의 운전 기사까지 '유령 직원'으로 위장 취업시켜 탈세를 저질러왔다는 게 신당측 지적이다.

강기정 의원은 20일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이 후보의 운전기사 신모씨와 부인 김윤옥씨의 운전기사 설모씨가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대명통상 직원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씨는 작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14개월 동안 총 3천 1백여만원, 설씨는 작년 8월부터 16개월간 총 3천 4백여만원을 각각 급여로 받았으며 이는 대명통상의 '필요 경비'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신씨의 경우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엔 관용차량 운전 기사를 맡았고, 그 이전인 2001년 5월부터 2002년 7월까지 기간에는 대명기업 직원으로 등록돼있다.

이 후보 두 자녀의 위장 취업 사실을 처음 밝혀내기도 한 강기정 의원은 "이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명박 후보의 의혹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사업자 운전기사가 사업자를 따라다니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그런 논리라면 이 후보 회사의 유령 직원을 부인 김씨의 수행비서로 쓰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재반박했다.

◆두 빌딩, '건보료 논란' 중심에도=신당은 또 이날 주요 신문 1면에 "아껴야지! 건강보험료! 아낌없이! 핸드백!"이란 내용의 '첫 대선 광고'를 일제히 실었다.

김윤옥씨의 '천만원대' 명품 핸드백과 이명박 후보의 '만원대' 건강보험료를 대비, 도덕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미 네티즌 사이에 큰 논란이 된 바 있는 이명박 후보의 건보료 문제는 역시 두 빌딩과 무관하지 않다.

이 후보는 지난 98년 대명기업과 대명통상 등 2개 회사 대표 자격으로 소득을 신고, 2002년까지 매월 1만 3천~2만 3천원 수준의 건보료를 냈다.

당시 175억원의 재산신고를 했던 이 후보가 정상적으로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했다면 매월 110만원을 납부했어야 한다는 게 신당측 지적이다.

"건보료를 줄이려 직장건보에 편법 가입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가운 것도, 결국 논란의 중심에 두 빌딩이 서있는 셈이다.

◆신당 "영일빌딩 지하에선 성매매 알선"=이에 앞서 양재동 영일빌딩은 전날인 19일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문제가 됐던 건물 지하의 유흥업소가 여전히 성업중이며, 특히 불법 성매매 사실까지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

특히 대명통상 직원들이 성매매를 하러 숙박업소로 나가는 여성 종업원들에게 제2의 출입문을 열어주는 등 협조까지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명박 후보를 향한 신당측 비판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전날 영일빌딩에 직접 다녀온 홍미영 의원은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가장 강한 처벌이 알선"이라며 "이명박 후보가 바로 알선 금지를 정면으로 어겼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성매매 제공 사실을 알면서도 건물이나 토지를 알선한 경우 3천만원 이하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

홍 의원은 특히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던 해당 업소는 우리 일행이 도착하자 '내부 수리중'이라며 문을 걸어잠궜다가, 몇 시간뒤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이 후보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신당은 이날 "20대 여성의 피눈물 나는 돈을 월세로 받아 선거비용으로 쓰는 이명박 후보를 개탄한다"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또 해당 업소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당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2년 서울시는 검경과 함께 이른바 '퇴폐업소 클린존 시범 사업'으로 돈암동과 북창동, 서초동 일대의 관련 업소에 철퇴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미 2000년 등재됐던 해당 유흥업소가 살아남아 여전히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일종의 '불공정 거래 행위'라는 지적이다.

◆영포빌딩, '고도제한 완화' '김유찬 협박' 논란으로 '이름값'=서초동 영포빌딩 역시 진작부터 '유명세'를 타온 빌딩이다.

연초 이명박 후보의 위증교사 의혹을 폭로한 김유찬씨가 "영포빌딩에 있는 이 전 시장의 집무실을 방문했다가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항간에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김씨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지난 98년 6월 인간적 사과를 하려고 찾았더니, 이 전 시장은 '네 목에 돌을 달아서 인천 앞바다에서 죽이자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내가 말렸다'고 했다"고 주장했었다.

이후 영포빌딩은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지난 7월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고도 제한 완화' 논란에 휘말렸던, 서초동 법조단지의 이명박 후보 소유 건물이 바로 영포빌딩이다.

당시 일부 언론들이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중이던 지난 2003년 5월, 서울시가 이 지역의 고도 제한 완화를 검토하는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고 보도하면서 '특혜 의혹'이 증폭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형준 대변인은 "지역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에 따라 용역을 준 것"이라며 "특혜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 폭풍'이 지나간 뒤 3개월, 이명박 후보 소유 건물들에 얽힌 갖가지 의혹은 '일반 유권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또다시 본선을 앞둔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2007-11-20 오후 4: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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