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민행복기금' 공약을 놓고 2012년 마지막 날인 31일 금융당국 수장들이 180도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새해 들어 곧바로 출범할 인수위원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도 혼선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에도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는 단연 가계부채 문제가 꼽힌다. 이를 해소하겠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이 바로 '국민행복기금' 조성이다.
공공기관 재원에 정부 보증 채권을 발행해 18조원 규모로 기금을 조성한 뒤, 연체 채권을 사들여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것.
박근혜 당선인은 또 '하우스푸어' 대책으로도 공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해당 주택 지분을 사들이는 '지분 매각 제도'를 공약으로 내놨다.
두 공약 모두 사실상 정부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건데, 이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들은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이 기금으로 사들이고 '프리워크아웃' 적용 대상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평적 분업구조를 만들겠다"며 박 당선인의 소위 '경제 민주화'에 힘을 보탰다.
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정부 재정 투입 방침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해법에 대해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투입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순간 빚진 사람도, 빚을 내준 은행도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되고, 결국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다른 국민들만 '봉'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출범할 인수위원회에도 이런 인식을 기초로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어서, 새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혼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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